김영기(78) 프로농구연맹(KBL) 총재가 해명에 나섰다. 그는 10일(한국시간) 서울 신사동 KBL에서 열린 심판 설명회에 앞서 외국인 선수 쿼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총재는 지난 7월 신임 총재에 부임했다. 최근 구단과 논의 없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바꾼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기존 2명 보유에 1명만 뛸 수 있다는 규정을 바꿔 2쿼터와 4쿼터에는 2명이 동시에 뛴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 개정안을 내놨다. 김 총재는 이날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신 외국인 선수를 '코끼리', 단신 외국인 선수를 '표범'에 비유하며 쿼터를 늘려야하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총재는 평균득점이 곧 팬들의 만족도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 1997년 KBL 프로팀 평균 득점이 95.5였다. 반올림하면 96점을 평균적으로 넣었다는 말"이라며 "이후 4시즌 동안 90점 대가 넘었다. 팬들 만족도도 90점을 넘었단 의미다"고 말했다. 당시 농구대잔치의 흥행에 힘입어 프로농구가 시작됐다. 수많은 스타에 외국인 선수까지 등장하며 농구 '붐'이 일었다. 잔치는 길지 않았다.
3시즌이 흐르며 서서히 프로농구는 내리막 길을 걸었다. 외국인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국내 선수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BL은 2001~2002시즌에 규정을 바꿨다. 외국인 선수 두 선수의 신장을 합쳐서 4m 이하로 바꾼 것이다. 2007~2008시즌에는 신장 제한을 빼고, 1명만 뛰도록 바꿨다. 김 총재는 외국인 선수 제한이 농구의 질을 떨어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장 제한을 뒀을 때 평균 득점이 85.5로 떨어졌고, 1명만 뛰면서 70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평균 득점은 73.4로 첫 시즌과 비교해 23점이나 떨어졌다"며 "만족도도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KBL은 프로농구를 흥행시키는 두 가지 방법을 이날 제안했다. 첫 번째가 규칙 개정이다. 심판 설명회도 새롭게 바뀌는 규정을 말해주는 자리였다. 두 번째가 외국인 쿼터는 늘리는 것이었다. 김 총재는 "그동안 구단들이 키가 큰 선수만 영입했다. 코끼리 같은 선수만 데려왔다"며 "표범도 데려와야 한다. 표범이 노는 것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장신과 단신이 함께 할 때 평균득점이 높았다"고 말했다. KBL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은 신장제한이 없고, 다른 한 명은 193cm 이하 선수로 영입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 것이라 했다. 김 총재는 "만약 규칙 개정만으로 평균득점이 85~90점을 넘긴다면 외국인 선수 쿼터를 변경하는 것을 재고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한국인 선수의 길을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총재는 "외국인과 뛴 경험으로 더 뛰어나질 것이다. 1990년대 말 이상민과 김승현 등도 외국인과 상대해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