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9일 취재진과 이야기 하다가 대뜸 "주민등록번호가 똑같은 사람 봤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는 그 사람의 고유번호다. 같은 번호가 있을 수 없다. 그러자 김 감독은 "내가 주민등록번호가 똑같은 사람이다. 못 믿겠지? 나랑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사람이 있다"라며 우여곡절을 설명했다.
이야기는 40년을 훨씬 더 거슬러올라갔다. 김 감독은 "내가 젊었을 때 한일은행 선수 시절에 우연히 알게 됐다. 당시 은행에서 갑자기 나보고 부업 하는게 있냐며 이상한 세금신고서를 보여주더라"고 말했다. 한일은행에서 김 감독의 주민등록번호로 날아온 세금 관련 서류를 관리했는데, 김 감독과 주민등록번호가 똑같은 A씨의 세금까지 같이 나온 것이다. A씨도 김씨라고 한다. 김 감독은 당시 동사무소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했더니, "내 번호는 정상적으로 문제없고, 상대방 A씨의 번호가 행정착오인지 어떻게 잘못됐다고 하더라. A씨가 절차를 밟아 주민등록번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감독은 수소문을 해서 A씨와 직접 통화도 했단다. 김 감독은 "나보다 목소리는 젊어보이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자신과 주민등록번호가 똑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현재 하나은행에서 거래를 하지 못한다. 그는 "이전에 서울은행(현재 하나은행과 합병) 가서 통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내 주민등록번호와 똑같은 A씨가 이미 개설돼 있어서 나는 거래를 하지 못했다. 황당하지"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런데 지금까지 그 사람이 주민등록번호를 안 바꿨을까. 당시 세금 관련 서류가 한 두 해 더 오다가, 몇 년 지나서는 오지 않더라"며 "지금은 A씨가 새 번호로 부여받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은행에서는 김 감독와 똑같은 A씨 주민등록번호가 남아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그동안 주민등록번호가 똑같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다들 못 믿고 미친놈 쳐다보듯이 했다. 창피해서 어디가서 말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1968년 처음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졌고, 이후 1975년에 12자리에서 13자리로 변경됐다. 앞자리 6개는 생년월일, 뒷자리 7개는 태어난 연대와 남녀 구분(첫 번째), 태어난 지역(2~3번째), 출생신고한 동사무소 고유번호(4~5번째), 출생신고 순서(6번째), 위조 변조 방지(7번째)로 구분된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등 사회적인 문제점이 많아지면서 주민등록번호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