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은 모두에게 마음 속 한 편에 자리잡은 아련한 추억일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또 한 번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소중하다. 그런 학창시절을 방송인 오상진(34)은 두 번이나 경험했다. 최근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천외고 편에 출연하며 18년 전으로 타임슬립해 고등학교 1학년생과 함께 학교 생활을 했다. 정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학교에서 열린 반 대항 퀴즈쇼에도 반 대표로 나갔다. 오상진에겐 잊었던 자신의 어린 모습을 되돌아보고, 요즘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꿈 같은 시간이었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평소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도 얻었다. 그동안 예능 MC를 하면서도 웃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오상진. 이번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 준비를 하고, 하나라도 더 문제를 정확하게 풀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전형적인 '모범생 끝판왕'이었다.
학교 생활을 마친지 한 달이 지난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 일식집에서 오상진을 만났다. 인천외고 교복을 벗고, 편안한 사복을 입고 나왔다. 감기에 걸렸다며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한 두 잔씩 사케를 마시며 또 한 번 경험한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에 사귄 아이들과 SNS을 통해 연락을 하고 있다. 급우들과 지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오상진은 연기 활동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번 학교에서 중국어과반이었잖아요. 중국어를 꽤 하시던데요.
"두 달 정도 배웠어요. 국제정세나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 영어를 아무리 잘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어 열풍이 좀 식기도 하고, 중국 인구가 13억인데 중국어를 배우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13억명이 늘어나는 거니깐 배우고 싶더라고요. 또 중국과 우리나라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요. 또 예전에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활동하기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전에 옮겼죠. 1대1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두 달을 바짝 배워서 그런지 6개월 배운 고등학교 1학년생과 수업을 들었을 때 갭이 크진 않더라고요. 어차피 학생들도 중국어만 집중적으로 배운 상황은 아니었으니깐요. 중국어 실력은 아직 초급이에요. 중국 현지 식당에 갔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요리를 주문할 정도예요."
-함께 출연한 연예인과는 어땠나요.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서로 바쁘게 학교 생활을 해야하니깐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눈인사를 하는 정도였죠. 출연진 모두 급우들과 대화하고 어울리기 바빴거든요."
-강남하고는 대화하는 모습이 몇 번 전파를 탔어요.
"첫 등교날 교무실에서 만났는데 스스럼없이 말을 걸더라고요. 워낙 독특하고 재밌는 친구라 방송이 나가면 잘 될 것 같고 좋은 반응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방송 나가고 반응이 좋더라고요."
-여학생들에게 인기는 많았나요.
"적당히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 편지도 몇 번 받았어요. '우리 학교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촬영 잘하세요' 등의 내용이었어요. 남중, 남고를 졸업했고 대학에 가선 보통 매일 어울리는 사람과만 다니니깐 그런 남녀공학에서 있을 수 있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었거든요. 이번엔 남녀공학의 매력을 알게됐죠."
-여학생들을 의식하고 학교 생활한 건 아니에요.
"에이, 그럴 나이가 아니죠. 첫 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깐 미용실에 들렀다가 학교에 갔어요. 하지만 다음 날 부터는 미용실도 안가고, 헤어스타일링도 전혀 안 받고 갔어요. 대충 집에서 씻고 나와서 BB크림만 바르고 학교에 갔죠."
-학창시절 인기가 많았나요.
"인기가 많다 적다고 말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선물을 받고 그런 건 저랑 거리가 멀었죠. 또 비평준화 지역에 명문고등학교를 다녀서 친구들 모두 진로에만 관심이 많았어요. 인기나 이성친구에 대한 관심이 덜 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도 모범생이었군요.
"고등학교 때 제 모습이 어땠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평범했어요. 특징도 없고요. 공부에 빠져 살면서 공부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그 때 바짝 열심히 했죠. 놀 때는 친구들과 열심히 놀았고요. 정말 평범했어요."
-바른생활 사나이었군요.
"그런 편이죠. 지금도 바른생활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운동 좋아하고, 시간나면 책이나 영화를 봐요. 최근에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같이 살거든요. 그러면서 더 바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요.
"사람이 살다면 자기 세계만 보고 살잖아요. 이번에 완전 새로운 세계를 본 기분이에요. 그러면서 잊었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됐고, 또 소통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한 번더 생각하게 됐어요."
-5일간의 학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특별한 순간 보다도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대화를 한 게 좋았어요. 요즘 애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감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돼 좋았고요. 은어같은 걸 많이 써서 처음에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건 금방 적응했어요. 한 번은 매점에 갔는데 어른들이 '내가 쏠게' 뭐 이런 표현을 쓰는 걸 애들은 '캐리한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애들이 '상진이 형이 캐리한대'라고 말하는데 대충 분위기로 어떤 의미인지 파악했어요. 따지고보면 쏜다는 표현도 어른들의 은어일 수 있는데 아이들이 제가 모르는 요즘 말을 쓰고 그러는 부분에서 좀 신선했죠. 안타까운 건 여학생, 남학생 할 것없이 말할 때 마다 '개'라는 말을 붙이는 거예요. 출연진이 복도에 지나가면 애들이 '개 잘생겼다'고 말하고, 밥을 먹으면 '개 맛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어요. 욕하는 것 처럼 들리기도 하고요.(웃음)"
-마지막 녹화날 분위기는 어땠나요.
"웃긴 일이 하나 있었어요. 마지막 날 교실에 들어가려는 데 갑자기 급우들이 들어오지 말라는 거예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너무 뻔하잖아요. 마지막 날인데. (웃음) 그런데 갑자기 어떤 급우 한 명이 오상진이라고 크게 적힌 케이크를 들고 제 앞을 지나가는거예요. 하하하. 그러더니 5분만 더 기다리라고 했어요. 사실 마지막 날이라 눈물이 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는데,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눈물은 안 났어요.(웃음) 몇 명 아이들이 울었는데 그 아이들한테도 '울 필요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