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프로야구 사상 최대액인 523억원이라는 몸값 전쟁을 펼쳤던, 각 팀 FA(프리에이전트)들의 올 시즌 성적표를 기상도로 정리했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은 '돈도 잘 쓴 구단'이 됐고, KIA는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쳤다. 반면,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화끈한 대우를 해줬던 롯데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궈야했다.
◇맑음-삼성, NC
몸값 대비 최고의 활약을 해준 선수는 삼성 박한이이다. 박한이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후 삼성과 4년 28억원(연봉 4억500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재계약했다. 올해 그의 성적은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냈다. 박한이는 9홈런 80타점·타율 0.331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타율을 기록했다. 또 지난 2001년 데뷔 이후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냈으며, 득점권에서 타율 0.385을 선보이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장원삼도 몸값에 걸맞는 꾸준한 활약을 했다. 지난해 4년 60억원에 삼성 잔류를 선택한 그는 올 시즌 24경기 출장해 11승 5패·평균자책점 4.11로 제몫을 했다. 삼성은 박한이와 장원삼의 활약으로 올 시즌 'FA투자를 가장 잘한 팀'이 됐다.
NC는 FA 이종욱(4년 50억)과 손시헌(4년 30억)을 영입하면서 '경험'과 '실력'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종욱은 올 시즌 124경기 출장해 6홈런 78타점·타율 0.288를 올렸다. 출루율은 3할(0.342), 장타율은 4할(0.411)에 달했다. 손시헌은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987경기에서 5홈런 39타점·타율 0.293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내야 수비 실책이 많았던 NC의 주전 유격수로 뛰며 내아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NC는 이종욱과 손시헌의 영입으로 구단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생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인 두 사람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흐려서 우산 챙겼더니 해가 뜸 - KIA
KIA가 처음 FA 이대형을 영입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대형이 타격쪽에서 약점을 드러내 전 소속 팀인 LG에서도 최근 들어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대수비나 대주자로 경기에 출장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IA는 이대형에게 4년 28억 원이라는 '깜짝 계약'을 안겼고, 주위에서는 "KIA가 무리수를 던졌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KIA의 이대형 영입이 한 수가 됐다. 이대형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40타점 75득점·타율 0.323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7년 만의 3랑 타율을 기록했고, 도루도 22개를 뛰며 KIA의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해는 떴지만, 구름이 많음-한화
올 시즌 류현진의 보상금을 확실하게 풀었던 한화는 FA만 두고 보면 '대체로 맑음'이다. 한화 정근우(4년 67억)는 6홈런 44타점·타율 0.295, 도루도 32개나 뛰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4년 만의 40도루 돌파. 특히 한화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센터 라인의 중심 노릇을 하면서 톡톡히 하면서 힘이 됐다. 내부 FA였던 박정진(2년 8억)의 활약도 쏠쏠했다. 그는 36경기에 나와 2승1패 4세이브 5홀드를 기록하며 무너진 불펜을 꿋꿋하게 지켜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올해 정근우와 함께 국가대표급 테이블 세터를 구축해줄 것으로 보였던 이용규(4년 67억)가 부상을 이유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점이다. 또 야수층의 보강만으로는 팀 성적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올 시즌 한화가 몸소 보여줬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롯데
롯데는 지난 FA 시장에서 110억을 풀었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참담했다. 총액 75억원(4년)으로 FA 역대 최대 액수를 기록한 강민호는 올 시즌 내내 방망이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강민호는 올해 98경기 나서 16홈런 40타점·타율 0.229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은 0.169로 참담한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 2011년에 이어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것이 그의 자존심이었다.
최준석(4년 35억)도 돈 쓴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 자원이었다. 성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최준석은 121경기에 출장해 23홈런 90타점·타율 0.286를 올렸다. 하지만, 포지션 중복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롯데는 올해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를 비롯해 박종윤, 최준석 등이 1루수 한 자리를 두고 격돌했다. 히메네스가 시즌 막판 문제를 일으키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만약 히메네스가 한 시즌을 통으로 뛰었다면, 롯데로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