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60) 대구FC 단장 겸 대표이사는 특유의 경상도 억양으로 같은 말을 되뇌였다. 그는 지난달 18일 대구 단장에 부임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돼 겸임을 하게 됐다. 구단 운영의 실권을 모두 쥔 것이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A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조 대표는 FC서울(당시 안양LG)과 경남FC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언제든 K리그 구단의 감독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 대구에서 행정가의 길을 택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조 대표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없다.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더 젊어졌다'는 말에 "못 이룬 꿈이 있으니까"라고 껄껄 웃으며 답했다. "행정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조 대표를 지난 16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 위치한 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 대구에서 행정가를 시작한 까닭은 무엇인가.
"선수 때부터 대구의 축구 열기가 뜨겁다고 느꼈다. 한 때 4만 명이 넘는 관중을 모았던 팀이 2부 리그에 내려와 있어 안타까웠다. 그동안 경험으로 대구에서 축구를 부흥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 구단을 이끈 지 한 달이 됐다. 느낀 점은.
"시민구단인 대구는 영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임 후 선수단 숙소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연습장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무슨 선수를 만들겠나. 전임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안다. 그러나 방향이 잘못됐다. 축구는 뒷전이었다. 10년이 넘은 구단에 클럽하우스가 없다. 축구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다."
- 앞으로 구단 운영을 선수 중심으로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클럽하우스와 연습구장을 확보할 것이다. 모든 초점을 선수를 길러내는데 맞추겠다. 예산 편성도 유소년과 선수단에 집중해 놨다. 지역 유망주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게 붙잡을 방안을 찾고 있다. 대구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1~2위를 하면 마케팅과 홍보는 따로 하지 않아도 따라온다."
- 축구인 출신 행정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난 다르다. 난 계단을 다 밟아 올라왔다.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고, 트레이너부터 코치와 감독까지 다 해봤다. 감독도 약팀과 강팀을 포함해 국가대표팀도 이끌었다. 아무 생각이 없이 뛰어 들었으면 실수할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 때부터 행정가를 준비했다. 은퇴한 (박)지성(33)이와 (이)영표(37)도 행정가를 꿈꾸고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 싶다."
- 행정가 조광래도 '단디하라'를 강조하나.
"그렇다. 단디하라의 깊은 뜻은 '무한 자유, 무한 책임'이다. 구단 직원에게 '당신 마음대로 해라. 단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섭 받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 잘 하는 것이 프로의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