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은 다음달 23일 개봉하는 영화 '레드카펫'에서 한결 힘을 뺀 모습으로 눈길을 모은다. 극 중 상업 영화감독을 꿈꾸는 에로 영화감독 박정우 역을 맡아 유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러닝타임을 리드한다. 2004년 그룹 god를 탈퇴하고 배우의 길을 걸은 후 어둡고 진중한 역할을 고집했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선 영화처럼 유쾌한 기운이 뿜어났다. "행복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은 윤계상은 영화 캐릭터와 최근 12년만에 재결합한 god의 근황을 속시원하게 털어놨다.
-신인 감독(박범수)의 첫 장편영화에 출연하는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믿었다. 우리 영화는 에로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지만, '꿈을 쫓을 것인가, 포기해야 할 것인가'라는 모두가 한번쯤은 고민해 본 이야기를 다룬다. 관객들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첫 미팅때 감독님이 에로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누구보다 '에로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 영화를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에로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것에 편견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감독님을 만나보면 안다. 정말 밝고 긍정적인 분이시다.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신다. 감독님과 동갑인데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나 고민에 대해서 잘 이해해주셨다."
-어떤 열등감이 있었나.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수 출신에서 오는 열등감이 있었다.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된다'는 압박감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당시에는 가수 활동을 했던 내 과거가 연기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될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점차 가수의 경험들이 다른 배우들은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됐다."
-VIP시사회에 god 멤버 전원이 참석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준이형(박준형)은 우리 영화가 진짜 에로 영화인줄 알았다더라.(웃음) 영화를 보기 전부터 '벗는거야? 많이 벗어' 이러더니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눈물 콧물 다 쏟고 가셨다.(웃음) 태우·호영이·데니 모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참 좋았다고, 짠하다고 하더라. 사실 우리 멤버들이 오랜만에 같은 꿈을 바라보며 활동을 하고 있어 굉장히 감성적인 상태다. 서로에 대해 엄청 애틋하다. 이렇게 감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에서 '꿈'에 대한 영화를 보니 더 감동받는 것 같다."
-과거에는 유독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해 편견이 심했던 것 같다.
"편견도 심했지만, 나를 포함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기도 했다.(웃음) 당시 가수들이 연기 공부를 하고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매니저들이 데려다 주는대로 무대에 올라가고, 또 데려다주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연기도 공부없이 곧장 현장에 투입됐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도 없었다. 최근 연기와 노래 둘 다 훌륭하게 해내는 아이돌 후배들을 보면 기특하기도하고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