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글만큼, 사건 경위를 둘러싼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와 그를 험담하는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생전 신해철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신해철은 90년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다. 또한 소셜테이너로서도 평가를 받았다. 뼛 속 깊이 로커로서 목소리도 낼 때는 냈다. 그래서 지지자만큼, 반대자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이었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를 요구한 것도 그랬다. 미디어 문화를 비판했고, 립싱크 아이돌을 비판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를 폄훼하고, 시기하는 무리와도 끝없이 맞서야 했다. 그의 사후, 그는 또 다른 논쟁거리와 마주하고 있다. 인터넷 문화의 저급함. 자신의 사인에 대한 루머와 악성 댓글이 그것이다. 연예인의 사후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근거없는 찌라시
신해철이 의식을 잃자, 근거없는 찌라시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저나갔다. '신해철이 모 살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다이어트를 감행했지만, 효과가 없자 협찬 병원에서 위절제 수술을 권유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위 밴드 수술을 시행했지만 수술 부위에서 괴사가 발생했고, 천공돼 패혈증이 발생하고 심한통증과 고열로 쇼크와 심정지가 왔다는 것'이 루머의 핵심이다. 여기에 대해 신해철의 소속사 측은 "한 사람의 생사가 넘나드는 상황에서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휴유증이니, 위밴드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가십거리성 기사들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5년전 신해철의 위밴드 수술을 진행했던 병원 역시 "신해철이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료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하게 됐다는 찌라시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연예인에 대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찌라시는 연쇄적으로 있었다.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교통 사고 때도 사건 경위와 관련한 찌라시가 이어졌다. 일전에 신해철은 故최진실로 기인한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고인의 이름을 다시 언급해 마음 아픈 일이 다시 안 벌어졌으면 한다. 이것이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차원의 사건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봤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악플.
고인을 둘러싼 악플의 대부분은 정치적 성향 때문이다. 신해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한 대학 행사에선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요. 저예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해자이기 때문에 문상도 못 갔고 조문도 못 갔고 담배 한 자락 올리지 못했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글은 신해철에게 족쇄가 됐다. 고인은 6년 만에 컴백해 일간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 의지가 아닌 타의로 활동이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후에도 고인과 관련된 기사에 달리는 대부분의 악플은 정치적 성향과 관련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 나라를 저주하고 증오한 친노종북 행각과 반미선동은 두고두고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라며 고인을 문병한 동료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은 ‘대한민국은 죽고 나면 신격화가 되는 나라인가. 노 대통령도 그렇고, 히트곡 하나 없는 퇴물가수에서 대한민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사람이 됐다"고 희화화했다. 연예인은 지금까지 인신공격성 악플에 대해 관대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범인을 색출하고 나서는 '선처'라는 두 글자로 죄인을 용서했다. 대중이 곧 삶인 연예인에겐 당연한 조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해철 소속사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관계자는 "고인을 모욕하는 악성 댓글들은 용납할 수 없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