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둘째 날에도 팬들의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9000여명이 넘는(소속사 추산)의 팬들이 모여 고인의 빈소 주변을 가득 매웠다. 그의 죽음은 갑작스러웠지만, 그 길은 외롭지 않았다.
문상을 온 대부분의 팬들은 1990년대 신해철·넥스트의 음악에 울고 웃은 30대였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듣고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린 세대다. 넥스트 '해에게서 소년에게' 같은 곡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자, 미래였다.
평일 오후라 여성 팬들이 더 눈에 띄기도 했다. 신해철을 함께 응원해온 사인지, 삼삼오오 찾아와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넋을 기렸다. 영정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아내는 팬들도 있었고, 절한 채 한참을 흐느끼는 팬들도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서서 흐느끼는 팬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신해철을 추억하는 '조문보'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슬픔을 나누며 위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타이틀로 신해철 삶의 간단한 정리와, 지인들의 추모글, 일화 등이 정성스레 담겼다. 6년여 간 가요계를 떠나있었지만, 신해철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들은 이만큼이나 많았다.
유족 측은 팬들을 위해 이례적으로 빈소를 개방했다. 조문을 마친 팬들 중, 고인이 차려준 마지막 밥을 먹고 자리를 뜨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유족의 건강은 걱정됐다. 가뜩이나 심적인 고통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팬들이 너무 많이 몰려 응대에 지친 기색이 보였다. 이날 빈소는 고인의 누나와 매형 등이 지키고 있었다. 유족 측은 오는 30일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만 일반 조문객들에게 빈소를 개방할 계획이다.
동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오후 3시 현재는 조용한 편이지만 조용필·한대수·태진아·배철수·서태지·김종서·이승철·신대철·김현철·싸이·백지영·유재석·김구라 등이 조문했다. 임백천·유열·강수지 등 MBC '대학가요제'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의 장례는 천주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9시. 유해는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