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자원이 풍부한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전담포수제'로 나설 조짐이 보인다. 선발과 계투진 모두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마운드를 잘 이끌어 줄 안방마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한 3명의 포수가 있는 삼성 입장에선 이들 모두를 활용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올 시즌 삼성의 주전 포수는 83경기에 선발로 출장한 이지영(28)이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40여 일에 공백이 있었지만 복귀 이후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23개) 능력 모두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공격력도 좋아졌다. 후반기 주춤하며 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중반까지 3할 대를 유지했다. 올 시즌 성장과 기여도, 그리고 팀의 미래를 감안하면 한국시리즈도 그가 주로 나설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 왕조'를 이끌어 온 '큰 형님' 진갑용(40)이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복귀하면서 예상이 힘들어졌다. 진갑용은 시즌 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9월까지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재활이 길어진 만큼 완벽한 몸 상태로 복귀했다. 노련한 투수 운용은 물론 주로 교체 출전한 가운데서도 17타수 7안타(타율 0.412)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kt와의 연습경기에선 홈런도 쏘아올렸다. 특히 큰 경기 경험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도 후배들에게 기회를 내줬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삼성이 거둔 4승 중 3승을 진갑용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가져왔다. 10월 이후 이지영의 방망이가 1할 대로 식어버린 상황. 공·수 모두를 고려하면 진갑용의 주전 가능성도 큰 편이다.
여기에 백업 포수 이흥련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이지영과 진갑용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시즌 초반 이들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워냈다. 현재도 배영수와 임창용의 전담 포수로 나서고 있을 만큼 역할이 크다. 류중일(51) 삼성 감독 입장에선 당장 포수 엔트리 인원 수 확정부터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 3명이 모두 엔트리에 오른다면 삼성의 선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담포수제'일 확률이 높다. 삼성은 지난해 3명(진갑용·이정식‘이지영)의 포수를 운용했다. 류 감독은 이미 이전부터 투수마다 선호하는 포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감안한 기용을 해왔다. 올 시즌도 가능하다. 정규시즌은 물론 이미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 기억이 있다. 지난 한국시리즈에서는 진갑용은 밴덴헐크, 이지영은 장원삼, 배영수와 나섰다. 물론 '짝찟기'에 교통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운용 방안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