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너무 황망하게 세상과 이별했다. 그는 떠났지만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유족과 그를 아꼈던 동료 및 팬들은 그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찾으려 나섰다.
유족과 이승철 등 가수 동료들은 신해철이 사망에 이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달 31일 오전 화장절차를 급히 중단했다. 그리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는 서울 송파경찰서에 S병원을 상대로 한 '업무상 과실치사를 밝혀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송파경찰서는 1일 S병원을 압수 수색, 진료기록 일부를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고인의 시신은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된다.
신해철, 그의 죽음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쟁점 1. 신해철은 어떤 수술을 받은걸까
고인의 부인 윤원희씨는 3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17일 수술을 받은 다음날 주치의가 수술 경위를 설명하면서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 축소하는 수술도 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수술 동의를 한 적도, 사전에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 또한 그 수술에 서명을 한 적도 없어 거세게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윤 씨 주장처럼 병원 측에 환자에게 위축소 수술의 진행여부를 알리지 않았다면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의료과실에 해당한다. 의사는 수술 전 환자에게 진행될 수술과 이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 명확히 알려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S병원 측의 주장은 다르다. '동의 없이 수술하지 않았다'를 넘어 '수술을 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이다. 병원측 법률 대리인은 3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장에게 확인했는데 신해철 씨에게 (장 협착 수술과 함께) 위 축소 수술을 시행한 바가 없다"면서 "수술 후 적절하게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해명했다.
▶쟁점 2. 천공은 언제 발생한 걸까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고 신해철의 응급조치를 위해 개복했을 때 소장 아래 70~80cm 지점에 1cm 크기의 천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의 기록에 따르면 천공 주위엔 복수와 음식물 찌꺼기가 흘러나온 상태였고 이로 인해 내장엔 심각한 염증이 발생해 있었다. 천공이 꽤 긴 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
전문가들은 장 유착 수술 당시, 과실로 천공이 발생했거나 천공을 장 유착 수술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아내 윤 씨 역시 수술 과정 및 후속조치에서 병원 측의 과실을 거세게 주장하고 있다. 윤 씨는 "S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직후 남편은 계속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며 "원하지 않은 수술을 했고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병원측 법률대리인은 "S병원은 수술 후 적절하게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해명했다.
▶쟁점 3. 언제쯤 진실은 밝혀질까
신해철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이 진료기록부의 내용 자체를 의심하고 있는데다 부검 결과가 나오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S병원으로부터 확보한 신해철의 진료기록부에는 위 축소 수술 항목이 없다. 하지만 다른 진료 항목 역시 빠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내 윤원희 씨가 진료기록부를 요청했을 때 병원 측이 상당히 시간을 끌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고인에게 들은 내용과 많이 달라 따지니 그제서야 수기(手記)로 적어넣은 것도 있을 정도다. S병원 담당자가 '원장이 수술 과정 중 임의 판단으로 한 치료 조치는 기록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측 역시 "의료 사고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 부검은 물론 의료 기록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되면 최장 50일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여 진상규명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