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장원준(29)이 롯데의 4년간 88억원 제안을 거절하고 FA(프리 에이전트) 시장에 나왔다.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들이 있으나 롯데의 엄청난 제시액이 공개되면서 '정중동'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결국 장원준의 행선지는 한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김성근 신임 감독의 선발 투수 보강 의지다. 항간에는 김 감독이 FA 중에서 10승 투수 한 명은 잡아달라고 했다는 소문이 떠돈다. 한화는 선발진이 약하다. 올해 이태양이 깜짝 활약을 했지만, 토종 선발진을 보면 이렇다할 투수가 없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화는 프런트 야구가 사라지고 ‘김성근의 한화’로 구단이 돌아가고 있다. 코치들의 물갈이, 타 구단 방출 선수의 테스트 영입 등 김 감독의 구상에 프런트는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 감독이 정말 장원준을 원한다면, 협상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둘째 쏠 수 있는 실탄이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이 이적료로 남기고 간 돈으로 장원준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70억~80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기업을 통해 20억원 정도를 더 확보한다면 장원준을 영입할 자금은 가능하다. 내부 FA 단속으로 김경언에게 8억5000만원을 쓴 한화라면, 충분하게 쇼핑 지갑을 열 수 있어 보인다.
셋째 이미 한화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정근우(4년 70억원)와 이용규(4년 67억원)를 거액으로 영입한 전례가 있다. 하위권 팀에서 좋은 FA를 잡으려면 적정 가격에 알파를 더해서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한화는 그렇게 해서 정근우와 이용규를 붙잡았다.
장원준의 몸값은 삼성, LG 등 과거 고액의 외부 FA를 영입했다가 잔혹사를 겪은 팀들은 쉽게 내지를 수 없는 액수다. 최근 5년간 4차례 최하위 수모를 당한 한화는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거액의 FA를 영입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있다. 한화가 과연 거품이라는 비난을 감내하면서, 장원준 영입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