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행’ 김상현 “조범현 감독님, 감사합니다”



돌고 돌아 은인을 다시 만났다. 반가움과 고마움은 이루어 다 말할 수 없다. kt 특별지명에 포함된 김상현(34)은 인터뷰 도중 '조범현 감독'의 이름을 수 차례 언급했다. 이제 말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kt는 지난달 28일 각 구단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지명했다. 이대형(KIA) 용덕한(롯데) 이성민(NC) 윤근영(한화) 정대현(두산) 장시환(넥센) 배병옥(LG) 정현(삼성)을 선택한 가운데 그 안에는 최고참 김상현(SK)도 포함됐다.

김상현에게 조범현(54) kt 감독은 은인이다. 지난 2000년 해태 2차 6라운드에 뽑힌 김상현은 2002년 시즌 도중 LG로 트레이드 됐다. 그리고 2009년 4월 시즌 도중 갑자기 KIA로 트레이드돼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당시 KIA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가 바로 조범현 감독이다.

김상현은 당시 조범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마음을 잡고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2009년, 김상현은 타율 0.315-36홈런-127타점을 기록하며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KIA의 우승을 이끌며 조범현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개인 타이틀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2011년 시즌 종료 뒤 팀을 떠났다. 공교롭게 김상현도 오랜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다. 점차 설 자리를 잃은 그는 결국 2013년 5월 SK로 트레이드됐다. SK 트레이드 후에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올 시즌 1군 42경기에서 타율 0.263-5홈런-2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조범현 감독은 다시 애제자 김상현을 불러들였다. kt의 관계자는 "김상현을 뽑는데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중심타자로서의 능력과 감독님과의 인연을 생각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조범현 감독은 "김상현이 아직 힘이 있는 타자다. 잘 할 수 있다"며 신뢰를 보였다.

다음은 김상현과의 일문일답.


- 최근 kt 특별지명으로 뽑혔다.

"SK의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소식을 접했다. 사실 최근 kt에서 뽑아주길 은근 바랐다. 조범현 감독님이 계시니까…나를 뽑아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 신생팀 입장에서 FA(프리 에이전트)를 앞둔 베테랑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맞다.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내년 시즌 종료 뒤에 FA 자격을 얻지 않나. 그런데 FA를 떠나 내년이 가장 중요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고맙고 더 책임감을 느낀다."


당시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김상현에게 조범현 감독은 그가 다시 배트를 잡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다. 사진은 김상현의 타격폼을 수정해주는 조범현 감독. IS포토
당시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김상현에게 조범현 감독은 그가 다시 배트를 잡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다. 사진은 김상현의 타격폼을 수정해주는 조범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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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선수에게 조범현 감독이란?

"한 마디로 설명하면 내게 기회를 준 감독님이다. 조범현 감독님 아니었으면 벌써 야구 그만두고 사회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조 감독과 통화는 했나?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다. 곧 연락이 왔는데 그때는 내가 못 받았다. 다시 전화 드렸더니 '너 왜 전화했냐'고 하시더라. '한 번 더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니까 '벌써 (특별지명) 취소했다'고 농담하시더라.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인사드렸다."


- kt에선 중심타자이자 베테랑 역할을 소화해야하는데.

"팀에 (장)성호 형과, (신)명철이 형도 있다. 함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감독님을 위해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상현이 조범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IS포토
김상현이 조범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IS포토


- 최근 몇 년간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텐데.

"야구를 사랑하는 만큼 열심히 훈련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서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부지런히 했다. 그런데 부담감 속에 조금씩 자신감을 잃었다. 주변에선 '김상현은 2009년 반짝한 선수다'라는 얘기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 kt로 가서 정말 잘하고 싶다."


- kt에서 각오는

"자신감이 있다.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조범현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감사한 만큼 그라운드에서 몸소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감독님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보상금) 10억원에 대한 댓가를 하고 싶다. kt의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해 우려가 많은데 야구공은 둥글다. 성적은 모르는 것이다. "

이형석 기자 ops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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