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에 온지 1년 만에 또 떠나게 됐다. 이대형(31·kt)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어머니를 "올해보다 더 잘하면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달랬다. 신생구단 kt를 위해 목표도 세우기 시작했다. 이대형의 어머니 나인숙(58)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족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대형이도 내년에는 더 강해져 kt의 창단 첫 1군 경기에서 1번타자로 안타를 치겠다고 다짐했다. kt 후보로 나서는 골든글러브 행사도 빠지지 않고 간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달 28일 각 구단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에서 이대형을 뽑았다. 풍부한 경험과 빠른 다리를 갖춘 '알짜배기'를 제대로 골랐다. 이대형은 이번시즌을 앞두고 고향팀 KIA와 4년간 총액 24억원(계약금 10억+연봉 3억+옵션 2억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126경기에 나서 149안타, 타율 0.323을 기록해 2007년 이후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형은 10승 투수의 가치를 갖는 타자다. 넓은 수비범위와 최고의 도루 능력에 타격까지 끌어올렸다 이대형을 놓친 KIA는 아쉬움이 남겠다"고 평가했다.
보호선수에서 빠질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특별지명 소식에 가족과 선수 모두 놀랐다. 나인숙씨는 "대형이는 홍콩 여행 중 소식을 들었다. 발표 전날 밤인 27일에 결과를 전해듣고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 아버지는 광주에서 막내 아들을 떠나보낼 생각에 마음 한 쪽이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하시고…. 나도 처음에는 참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대형의 부모는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올해 KIA의 개막전에서는 아버지 지인으로 꾸려진 서포터스 '이대형을 사랑하는 사람' 수백여 명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찾기도 했다. 고향팀에서 든든한 중견수로 활약하는 아들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서운한 생각은 접고 더 강해질 내년을 향해 가기로 했다. 나인숙씨는 "대형이는 우리를 더 걱정한다. '엄마, 나는 지방 말고 수도권에 살 팔자인가 봐요. 신생팀에 가서 더 많이 경기에 나서고 활약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려고요. 내가 더 잘하고 강해지면 되는 거지.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항간에 떠도는 김기태 KIA 감독과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나 씨는 "우리는 김기태 (KIA)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아들도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님과 얼굴을 붉히거나 아쉬웠던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며 "LG에서 떠날 때도 아름답게 이별했다. 뭐든 밝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감독님께서도 대형이에게 '팀 사정상 아쉽게 됐다'며 위로 전화를 주셨다. 우리 모두 긍정 마인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신생구단 kt를 위한 목표도 세웠다. 조찬관 kt 스카우트팀장은 "발도 빠르고 타격도 갖춘 이대형은 우리 팀이 찾은 1번 타자다. 특별지명 결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5시즌 kt의 리드오프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형은 어머니에게 "이제 새 팀을 위해 기록도 신경쓸게요. 내년 kt 정규시즌 첫 경기에 1번타자로 나서 첫 안타 꼭 칠게요. 겨울에도 열심히 운동해야겠네요"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빠지려고 했던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갈 예정이다. 내년 시즌 1군 무대를 밟는 kt는 당초 후보자가 없었다. 그러나 특별지명으로 이대형이 이적하면서 외야수 부문에서 창단 첫 골든글러브 후보자를 올리게 됐다. 나인숙씨는 "대형이가 '창단 후 처음으로 나오는 kt 후보자니까 꼭 가야 한다. 상을 못받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참석하겠다'고 하더라. 이제 kt 생각과 내년 준비로 바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