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이 종료되면서 베이스볼긱 '꽃보다 야구' 시즌 1이 마감됐다. '꽃보다야구'의 정순주 베이스볼긱 위원은 올 시즌 9개 구단 31명의 선수들을 만나 야구와 인생, 사랑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은 '꽃보다야구'를 통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자신의 야구인생 목표를 밝혔다. 여기에 평소 밝히기 어려운 사랑과 결혼 등 인생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털어놨다. 정순주 위원은 누나 또는 친구로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정순주 위원이 올 한 해 인터뷰를 한 선수는 다음과 같다. 이지영 이흥련 김현우 박해민(이상 삼성), 문우람 강정호 한현희 손승락 윤석민(이상 넥센), 김종호 이재학(이상 NC), 김용의 정찬헌 최경철 황목치승 최승준(이상 LG), 이재원 이명기(이상 SK), 최재훈 유희관 김재호 정수빈(이상 두산), 전준우 정훈 신본기 황재균 손아섭(이상 롯데), 양현종 나지완 안치홍(이상 KIA), 이태양(한화). 베이스볼긱은 정순주 위원을 만나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을 들었다.
베이스볼긱(이하 긱)="1년 동안 많은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꽃보다야구'를 시작하기 전 걱정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정순주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정)="늘 인터뷰를 하다가 이렇게 인터뷰를 당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꽃보다야구' 같은 인터뷰는 처음이었어요. 방송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는 많이 했지만, 지면을 위해 공식적으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었죠. 사실 아나운서와 선수의 관계는 쉽지만 어려운 관계에요. 그냥 막연하게 선수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거든요. 어색함을 뚫고 이성이 아닌 야구 관계자로서 대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죠. 게다가 짧은 시간이 아닌 평균 30~40분의 긴 인터뷰를 하면서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까지 속속들이 인터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좋아하지만 대하기 어려운 교수님을 만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시작하기 전에 엄청 설렜어요.
긱="31명을 인터뷰 하면서 '말을 정말 잘한다'고 느낀 선수는 누구인가요."
정="단연 두산의 유희관 선수죠. 소위 '말발'로 따지면 최고인 것 같아요. 유희관 선수는 자기 주장이 확실해요. 여기에 기승전결로 일목요연하게 말을 하고요. 보통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면 결말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유희관 선수는 그렇지 않았어요. 나중에 해설을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긱="반면 인터뷰를 어색해하던 선수는 누구였나요."
정="최경철 선수에요. 인터뷰 당시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본인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최경철 선수의 인터뷰를 봤는데, 말을 엄청 잘하는 거에요. 인터뷰할 때와 너무 달랐어요. 야구도 그렇고 사람도 기다려줘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죠. 선수들의 인터뷰가 그런 것 같아요. 여자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그런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긱="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최경철은 스타가 됐어요.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정="뿌듯했어요. 7월에 만났는데, 3개월 사이에 너무 많이 달라진 거에요. 원석을 캐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인터뷰를 한 뒤 어색함이 사라져서 좋았어요. 최경철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와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면 어색한 느낌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긱="최경철을 비롯해 인터뷰를 하고 나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정="저도 신기했어요. 최경철 선수는 인터뷰를 마치고 곧바로 나선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냈어요. 안치홍 선수는 4타수 4안타를 기록했고. 황목치승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나섰죠.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 잘 될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긱="인간미를 느낀 선수는 누구였나요."
정="인터뷰를 할 때마다 선수들에게 인간미를 느껴요. 속 깊은 이야기를 해보니 방송 인터뷰 할 때와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태양 선수가 인상에 남네요. 어리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했어요. 어른을 공경하고, 발전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상형이 바른 사람인데 이태양 선수가 비슷하네요."
긱="웃음이 끊이지 않게 재미있는 선수를 꼽자면 누구인가요."
정="양현종 선수를 꼽고 싶어요. 사람을 편하게 해줘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넉살 좋게 다가가는 스타일이에요. 김용의 선수는 생각보다 끼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기는 원래 끼가 많은데 숨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발산하기 어렵다고 말하던데, 끝까지 그 끼를 보고 싶어요."
긱="반면 너무 딱딱한 선수를 꼽자면? 뭐랄까 FM 스타일이라고 하죠."
정="손아섭!!(엄청 강조했다) 손아섭 선수는 말은 잘하는데, 너무 정형화돼 있어요. 오로지 야구 생각뿐이었죠. 강정호 선수 역시 비슷했어요. 둘이 친하던데 스타일이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긱="후폭풍이 컸던 인터뷰도 여러 차례 있었죠."
정="양현종·윤석민 선수의 인터뷰에서 후폭풍이 좀 있었죠. 당시는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고, 녹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조금 부족했어요. 조심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다음에는 어떻게 인터뷰를 해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돼 받아들여지는 것이 속상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여지는 건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긱="여러 선수들이 '꽃보다야구'를 통해 열애과 결혼 소식을 전했어요."
정="굉장히 뿌듯했어요. 특종을 캔 기자 같은 느낌이랄까. 선수들이 나를 믿어주고 이야기해준 것이 고마웠어요. 자신감을 얻었기도 했고요. 내가 선수들을 믿고 과감한 질문을 해도 답을 해준다는 확신이 들었죠. 선수들이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저도 연애를 해야할 텐데…."
긱="인터뷰 환경이 항상 좋지는 않았죠. 시간에 쫓겨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선수는 없었나요."
정="이재학 선수에요.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들어 하던 시기였거든요. 예민한 시기에 선수를 괴롭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나로서 기운을 북돋아주는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조금 닫고 있었어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다시 만나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긱="선수들과의 대화 속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제가 인터뷰를 한 선수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었어요. 벌써 성공의 반열에 오른 선수. 그리고 이제 막 올라가려는 선수에요. 두 그룹에 차이가 있어요. 성공한 선수들은 스타로서 마음가짐이 확실했어요. 자기가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 잘 할 거라는 자신감이 꽉 차 있더라고요. 성장하는 선수들은 자기 성찰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어요.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고 할까. 비단 이건 야구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 같아요. 자기 성찰을 하면서 중심을 잡고,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점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긱="31명 외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나요."
정="넥센 서건창 선수와 하고 싶어요. 올해 가장 큰 이슈를 몰고 다녔는데,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에요. 서건창 선수의 별명이 교수님이잖아요. 인터뷰 때문은 아니겠지만, 인터뷰를 할 때 교수님처럼 바르고 자기 주관이 확실하더라고요.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에서 조금 더 진솔한 서건창 선수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어요. 200안타 신기록을 달성할 때 제가 직접 방송 인터뷰를 했어요. 그날 본인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줬어요. 어머니에게 '사랑해요'라는 멘트를 하는데 너무 인간적인 거에요. 저는 인터뷰 할 때 멋있는 부분 말고 인간적인 부분을 끄집어 낼 때 가장 기뻐요. 서건창 선수의 그런 모습을 베이스볼긱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긱="마지막으로 '꽃보다야구'를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자면."
정="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저는 선수들의 말을 잘 전달해줘야 하는 위치에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던 기회였어요. 방송뿐 아니라 기사에 대해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올해 성장을 기반으로 더 좋은 방송, 더 좋은 인터뷰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신 선수들께 감사드리고, 협조를 해주신 구단 관계자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내년에도 더 많은 인터뷰를 할테니 많은 도움을 당부드릴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