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많은 수의 야구 선수들이 '품절남' 대열에 합류하는 시기다. 마무리 훈련이 끝나고 본격적인 휴식기에 들어가는 때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부정적인 속설이 있는 윤달(10월24~11월21일)이 끼며 이 기간이 지난 직후인 11월 말부터 12월 중순에 걸쳐 유독 '결혼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 덕분에 같은 날에 결혼식이 겹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난 6일에는 5명, 7일에는 7명이나 장가를 갔다. 이 중 SK의 이재원·김민식, LG의 손주인·이동현(이상 6일) 두산의 오재일·김재환(7일)은 팀 동료들끼리 같은 날에 결혼을 하게 됐다. 보통은 같은 날짜를 피하거나, 어쩔 수 없다면 시간이라도 겹치지 않게 해 동료나 구단 관계자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관례다. LG와 두산의 신랑들은 같은 서울 지역에서 식을 열었고, 시간 차도 있었기에 박용택·이병규(7번·이상 LG) 등은 손주인과 이동현의 결혼식에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이재원과 김민석은 같은 인천 지역에서 열렸지만 시간 차가 30분밖에 나지 않았다. 이재원은 12시 송도, 김민식은 12시 30분 주안동이었다.
이렇다 보니 SK 선수들과 프런트는 어쩔 수 없이 전략 아닌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SK 구단 관계자는 "조를 나눠서 먼저 한 선수의 예식장에 들러 축하를 한 뒤 바로 이동해 다른 선수의 식에는 참가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전했다. 한 팀인 만큼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갈 수는 없었다. 단체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도 생겨났다는 후문. 여기에 SK는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에 놓일 예정이다. 팀의 간판 타자 최정과 구단의 직원 한 명이 같은날(13일)에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축하를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서 쌓은 친분으로 이재원에 결혼식을 찾은 이재학(NC)이 대표적이다. 마산에서 올라와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송도까지 향했다. 원래는 청주도 가야했다.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인 윤강민의 결혼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7일 양준혁 야구재단의 자선야구 대회 참가 일정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 이재학이다. 다시 마산으로 향한다 해도 거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송도에서 마산으로 향한 것은 김현우(삼성)였다. 상무 입대 동기인 이재원을 축하해준 뒤 7일 열린 팀 선배 장원삼의 결혼식을 위해 350km를 달려갔다. 마침 이재원의 결혼식에 참석한 모창민(NC)DL 있어 돌아가는 길에 함께할 수 있었다. 김현우는 "정신없지만 좋은 일이니까요"라며 웃었다.
결혼하는 선수들만큼이나 동료들도 바쁜 시기다. 친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그라운드 위에서 땀을 섞었기에 참석하지 못하면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러나 시즌 중에 편하게 이야기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서로의 근황을 묻고 내년을 기약한다. 시상식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동료애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먼 거리와 빡빡한 일정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