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을 이끈 미드필더 김호남(25)은 올 시즌 땀이 가져다주는 결과물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올 6월 전까지 1골에 그쳤다.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답지 못했다. 그러나 테니스 공으로 리프팅(볼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튕기는 것) 훈련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감각이 예민해졌고 어느날 공이 수박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6골을 더 넣으며 팀을 챌린지(2부 리그) 4위로 이끌었다. 광주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무승부를 해도 패하는 불리한 규정을 딛고 강원FC와 안산경찰청을 각각 1-0, 3-1로 제압했다. 지난 3일 클래식 11위 경남FC와 승강 플레이오프 홈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뒤 6일 2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호남은 강원전 1골, 경찰청전 1도움에 이어 경남과 마지막 2차전에서 후반 30분 짜릿한 동점을 터뜨리며 승격의 일등 공신이 됐다. 김호남은 7일 전화인터뷰에서 2년 전 강등의 아픔부터 감격스런 승격까지 이야기를 털어놨다.
-극적으로 승격까지 이뤘다.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좀 '업(UP)'돼 있다. 2년 동안 고생한 동료,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감사하다. 준PO 티켓을 따내면서부터 선수들끼리 승격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실제로 클래식행을 이뤄낼 거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경남과 승강PO까지 오자 어떻게 해서든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광주 창단멤버로 2012년 강등과 올해 승격을 다 경험했다.
"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챌린지가 고맙다.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거의 출전을 못했다.(2011년과 2012년은 각각 2경기, 1경기) 하지만 팀이 챌린지로 떨어진 뒤 김동섭(성남), 이승기(상주) 등 주전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출전 기회가 생겼다.(작년 28경기 7골7도움, 올해 35경기 7골5도움)"
-올 시즌 처음으로 베스트11에도 뽑혔는데.
"팀에게도 나에게도 최고의 한 해다. 챌린지에서 뛰며 처음으로 축구하길 잘 했다는 생각도 했다.(웃음)"
-올 시즌 초반엔 부진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다. 5월 정도부터 김영철 수석코치님이 테니스공으로 리프팅하는 방법을 권했다. 처음엔 20~30개 밖에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200개씩 하게 됐다.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공이 수박만큼 크게 보이고 자신감도 생겼다. 1골(16경기)뿐이었던 득점도 테니스공 훈련 이후 6골(19경기)이 됐다."
-연습벌레라고 들었다.
"휴가를 반납하고 운동하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휴가를 받으면 하루 정도 먼저 들어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든다. 휴가 때 무너진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되돌려 놓기 위해서다.
-원래 자기관리가 철저했나.
"지난 2010년 가을 사간 도스(일본)에 입단했었다. 당시 윤정환(현 울산 현대 감독) 수석코치 지도를 받았는데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 많이 혼났다. 트레이너가 몸 상태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다 짜뒀는데 당일날 갑자기 못하겠다고 한 적도 있고 훈련 때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아 벌금도 냈다. 그 때 팀 동료였던 김민우(현 사간도스)와 윤 코치님만 지나가면 '고하이'('무섭다'는 뜻의 일본어)라고 하면서 피해다녔다. 결국 그해 후반기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윤 감독님께 참 죄송하다. 윤 감독님이 울산으로 오셔서 내년에 클래식에서 만날 텐데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 전에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