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 유준상 "2018년까지 뮤지컬 잡혀있다"

유준상(45)은 배우라는 한 단어에 담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포털 사이트 프로필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서·공연·방송·영화·앨범 등 프로필의 모든 카테고리를 채웠다. 뮤지컬로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 영역을 넓히며 20여년간 활동한 그는 2012년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과 생각을 담은 도서 '행복의 발명'을 출간했다. 올 초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모든 감각 기관을 열고 그만의 방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유준상. 이쯤되면 예술가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그런 그가 최근 두번째 앨범을 냈다. 지난해 첫번째 솔로 앨범을 낸 그는 이번엔 기타리스트 이준화(25)와 함께 'J n joy 20' 앨범를 발매했다. 이달 25일엔 첫번째 단독 콘서트도 개최한다.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유준상을 어렵게 취중토크 자리에 앉혔다. 그를 만난 장소는 이준화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는 신사동 작업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며 그가 직접 택한 장소다. 막걸리를 마시며 인터뷰를 하는 중간중간 이준화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음악 및 앨범과 관련된 인터뷰는 이준화도 함께 했다.



-출연 중인 뮤지컬 '그날들'은 연일 매진이에요.
"다행스럽게도 매진이 되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 공연처럼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바로 매진되는 건 아니에요. 얼마 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티켓 오픈과 동시에 팬들이 예매해주시고 이후 공연이 임박해 오면 그 때 매진되는 게 제 공연의 예매 패턴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 나이대 배우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게 참 감사해요. 공연 전에 항상 '오늘 오신 관객과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연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다짐해요. 그런 다짐과 기도를 할 때 항상 관객이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마음 속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관객이라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 1.5세대라고 할 수 있죠.
"남경주 형이 1세대라고 할 수 있고 제가 1.5세대 정도 되죠. 옛 동료들이 무대에서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도 남아있는 친구들이 있어 힘이 나요."



-뮤지컬을 한지 20년도 훌쩍 넘었죠. 제일 처음 뮤지컬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만 해도 다들 뮤지컬 보단 연극 하는 걸 선호했어요. 근데 저 혼자 뮤지컬을 하겠다고 했어요. 연극보단 뮤지컬이 재밌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그땐 연극이 주라 뮤지컬을 하면 돈도 많이 못 벌고 인정도 받지 못 했거든요. 그래도 했어요. 그러다가 대우가 너무 안좋고 이렇게 계속 하다가 굶어죽을 것 같아서 드라마를 하게 됐어요. 드라마를 하면서 조금씩 알려지려던 때 갑자기 뮤지컬이 상승세를 타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게 있는데 지금 뮤지컬을 다시 하지 않으면 그동안 고생한 게 물거품이 될 것 같아서 그때부터 다시 뮤지컬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뮤지컬을 계속 한 게 참 잘 한 것 같아요."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지치진 않나요.
"아무리 드라마나 영화 때문에 바빠도 뮤지컬은 꾸준히 했어요. 안 하면 체력이나 실력이나 젊은 친구들에게 뒤처질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꾸준히 해온 덕분에 자연스럽게 체력 관리도 됐고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꾸준히 보컬 레슨도 받고 있어요.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대형 뮤지컬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삼총사'도 그렇고 '프랑켄슈타인'도 그렇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맡기 힘든 캐릭터를 하려다 보니 대형 뮤지컬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서 로빈후드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역을 언제 해볼 수 있겠어요. '그날들'도 마찬가지예요. 20년 전후를 왔다갔다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또 언제 해보겠어요."



-뮤지컬은 앞으로도 꾸준히 할 계획이죠.
"물론이죠. 공연은 한참 전에 캐스팅을 잡아둔 다음에 작업을 하거든요. 그래서 2018년 공연까지 계약을 한 상태예요. 그 이후에도 계속 해야죠."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대작 보다는 예술 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작 영화는 저랑 좀 안맞기도 하고요. (웃음) 뮤지컬에서 제작비 많이 들어가고 물량 공세를 쏟아부은 작품을 많이 하니깐 영화는 좀 다른 쪽으로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과 영화 모두 대작을 하는 건 제겐 의미가 없어요. 예술 영화는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해서 찍는 내내 흥미로워요. 촬영하면서 즉흥적으로 뭔가 해보는 것도 재밌어요. 이 인터뷰를 보시고 예술 영화를 하는 분들이 저한테 문의를 하시면 좋겠네요. 저예산이라고 망설이지 말고 좋은 작품이면 얼마든지 제의해주세요."



-영화나 뮤지컬에 비해 드라마 출연은 뜸 한 것 같아요.
"드라마는 장르 특성상 계속 나오면 같은 패턴의 반복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시청자 분들이 오랜만에 다시 나와야 더 많이 반가워하는 것도 있고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5년 만에 한 드라마였는데 그 이후로 바로 SBS '출생의 비밀'을 한 건 색다른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몇 년 텀을 좀 갖고 싶어서 지금은 드라마를 하지 않고있어요. 내년 후반 정도 쯤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하고 싶어요."

김연지 기자 [e-mail] 사진=임현동 기자

※ 취중토크④ 이어집니다.



[취중토크④] 유준상 "'진짜사나이' 방송보다 순간 울컥"



[취중토크①] 유준상 "정규 앨범 계속 낼 것…누군가 듣겠지"



[취중토크②] 유준상 "첫 단독 콘서트에 과한 선물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