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라이트와 레프트를 오가는 사나이, 서재덕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서재덕(25)은 왼손잡이 공격수다. 대부분 왼손잡이는 라이트로 뛴다. 왼손잡이 공격수가 코트 오른쪽에서 뛰어오르면, 공을 끝까지 보기 편하고, 때리는 각도 넓다. 과거 장윤창을 비롯해 김세진, 박철우 등이 대표팀에서 뛰어난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서재덕은 라이트와 레프트로 자리를 바꿔 가며 뛰고 있다. 지난 시즌 레프트로 변신했던 그는 레프트와 라이트로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 라이트 공격수 쥬리치가 가끔 레프트 포지션에서 공격을 할 때는 이전 라이트 자리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기도 한다. 라이트와 레프트를 오가고, 수비에선 서브 리시브를 팀내에서 가장 많이 받아 올린다.
서재덕은 8일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11득점(성공률 50%)을 기록하며 팀의 3-2 역전승에 기여했다. 승부처였던 5세트에서 알토란 같은 4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5세트 시작과 함께 시간차 공격과 퀵오픈으로 점수를 올렸고, 6-8로 뒤진 상황에서 왼쪽에서 오픈 강타를 터뜨렸다. 백미는 9-8로 역전한 후, 전광인이 디그한 공을 세터의 토스를 받아 3인 블로커를 뚫고 왼쪽 사이드라인 안쪽에다 내리꽂아 10-8로 달아난 점수였다. 레프트 자리에서 왼손으로 공격하기엔 힘든 상대 코트 구석에다 파워넘치게 스파이크를 내려꽂았다.
서재덕은 경기 후 "이전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며 "라이트로 뛰면서 리시브 위주로 하면 체력 소모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한다. 라이트와 레프트로 옮겨다녀야 해서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지만, 경기가 잘 되고 이기면 괜찮다"고 웃었다.
공격수는 호쾌한 스파이크를 때리면서 스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공격 빈도가 적어지면 자연스레 플레이가 위축되기도 한다. 서재덕은 서브 리시브를 주로 전담하고, 공격에서는 외국인 선수 쥬리치와 전광인에 이은 제3 옵션이다. 사실 서재덕은 8일 현재 서브 리시브 1위(세트당 6.314개)와 수비 1위(세트당 7.824개)에 올라 있는 수비 살림꾼이다.
서재덕은 "지금 포지션이 독특한 묘미랄까 재미도 있다. 사실 라이트에서 보조 공격수를 할 때는 공격도 많이 못하고 해서 힘들더라. 힘들 때 공격으로 분위기로 바꿔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그런데 지금 수비에 우선 치중하고 레프트와 라이트를 번갈아 하는 포메이션에 적응하면서, 수비에서 잘 받아내면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라이트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7승 23패(승점 24)로 최하위였다. 8일 승리로 8승 5패(승점 21점)으로 4위를 달리고 있다. 3라운드 초반에 벌써 지난해 승수보다 많이 승리했다. 최근 2경기 연속으로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패배의식을 벗어내고 막판 뒷심이 생긴 것이다.
서재덕은 "5세트 가면 4세트 이긴 팀이 분위기가 좋다고들 한다. 우리가 4세트를 잡고 끝까지 해보자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며 "동료들끼리 서로 믿음이 있기에 질것 같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서로 동료를 믿고 플레이 하면서 쉽게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생각으로 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전광인이 막히면 힘을 잃었다. 지금은 팀의 주포가 2명(쥬리치, 전광인)이 있어서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이 때리고 한다. 작년보다 조금 편하게 플레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