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기보다 '원 인터 회식'에 가까웠다. 8일 오후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tvN 금토극 '미생'의 오민석(강대리)·전석호(하대리)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오민석은 주량이 맥주 2잔이라며 숙취 해소 음료를 들이켰다. 극중 꼼꼼한 성격 그대로다. 소속사가 없어 홀로 다니는 전석호는 취중토크 장소를 찾는데도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다행히 지각않고 제 시각에 도착한 그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한 뒤 "이모! 여기 소주 한병이요"를 외쳤다. 오래간만에 취중토크 자리가 제대로 무르익었다.
▶ '만약에…다면' 토크
-사내 연애 중인데, 상사가 내 여자친구에게 심하게 욕하며 꾸짖는 모습을 본다면?
전 "지금 하대리 역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단 그 상사를 이해하려 할 것 같아요. 아마 그 상사가 나쁜 마음으로 꾸짖은 건 아닐 거예요. 혼내는 방법이 유난히 거친 사람이 있잖아요. 혼내는 것도 결국 다같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하는 거잖아요. 물론 여자친구랑 있을 때는 같이 상사 욕을 해주겠죠. (-마부장 같은 상사라두요?) "에이, 마부장정도면 참을 수 없죠.(웃음) 하대리정도라면 몰라도. 하하."
오 "여자친구한테 관두라고 할 거 같아요. 내 여자친구가 회사에서 그런 대우를 받고 다니는 걸 보면 못 참을 거 같아요.(-연봉이 5억이라면요?) 그럼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하하하."
-할일이 밀려서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는데, 내 직속 부하가 집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전 "그냥 혼자 할 거같아요. 어짜피 내 일이면 내가 하는 게 빠르잖아요. 괜히 같이 하면 부하를 들들 볶게 되고,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요."
오 "예쁜 여자 후임이면 부르고 남자 후임이면 안불러요.(웃음) 농담이고, 속으로 '얘가 나와서 했으면'이라고 생각은 해도 부르진 않을 거 같아요. 눈치가 있는 후임이라면 진작 나와서 함께 일을 했겠죠."
-반대로 내가 쉬는 날인데, 내 사수가 일을 시킨다면?
전 "전 무조건 세 번은 물어봐요. '꼭 제가 필요하시나요?' '제가 갈까요' 이렇게 세번 물어보는데 중간에 '괜찮다'고 하거나 세번 모두 거절하면 안가요. 나오라고 하면 가구요."
오 "일단 '나는 가서 도와드리고 싶다'라는 액션은 취할 거 같아요. 다만 '가기 힘든 상황'이라는걸 어필해야죠. '먼 친척 댁에 와있는데,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라는 식으로요. 아니면, '지방 친척집 내려가다가 선배 생각이 나서 들렀습니다'라면서 음료수라도 드리고 올거 같아요."
-여자친구, 혹은 아내와 중요한 기념일인데, 중요한 회사 회식이나 손님 접대 자리가 생겼다면?
전 "안타깝지만 회식 자리에 갈 것 같아요. 일이라는게 나 혼자하는게 아니라 여럿이 하는 거 잖아요. 회식을 갔다와서 삐친 여자친구 화를 풀어주려 하겠죠."
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회식 자리로 갈거예요. 회식이나 손님 접대도 결국 일의 연장선 이잖아요. 일이 있어야 우리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거라고 여자친구에게 설명해 줄 거예요. 우선순위라는 게 있으니까요."
-'미생'의 대리들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생' 스핀오프 편이 제작된다면?
전 "'THE 대리'라는 제목으로 대리들의 신입사원 시절 모습부터 보여주면 재밌겠네요.(웃음) 그래도 만들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요. 많은 시청자가 '미생' 사랑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상상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하대리는 과거에 어땠을까? 강대리는 원래 딱딱한 사람이었을까? 등등 인물들의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또 다른 '미생'을 그려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스핀오프 편이 제작된다면 그런 재미를 뺏는게 될 것 같아요."
오 "맞아요. 우리가 '이 대리는 과거에 이랬어요'라고 정해주는 것 보다는 보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는게 나을 것 같아요. 벌써 '미생' 팬카페나 갤러리에는 대리들의 과거에 대한 가상 이야기를 쓴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취중토크④ 에 계속
이승미·박현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장소제공=깐부치킨 압구정현대점 (일간스포츠 연예팀 페이스북 : www.facebook.com/ilganen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