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노장들의 겨울은 뜨겁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거나 혹은 이미 40대에 접어든 이들 모두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단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친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삼성 이승엽(39)의 겨울은 훈훈하다. '기록의 사나이'답게 그는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에서 통산 9회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은 올 시즌 최고령 30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삼성의 통합 4연패 달성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에 부진하며 은퇴를 결심하기도 했다는 이승엽의 화려한 부활이다. 그는 "나이들었다고 밀려나는 것은 서글프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배들보다 더 뛰고,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부활의 비결을 전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다시 방망이를 움켜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승엽과 동갑내기인 한화 박정진(39)은 소리없이 강했다. 그는 올해 팀 내 필승조 '안정진(안영명·박정진·윤규진) 트리오'의 일원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성적은 4승4패 9세이브 7홀드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그는 팀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 시즌 후에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지옥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캠프지에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베테랑이지만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칭찬을 보내기도 했다.
새로운 팀에 비상을 꿈꾸는 임재철(39)과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조인성(40)의 의지는 남다르다. 임재철은 이번 겨울에 LG의 유니폼을 벗고 롯데행을 선택했다. 그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팀이다. 유니폼을 벗기 전에 화려하게 날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나이에 맞지 않게 흐트러짐없는 단단한 몸을 갖게 된 것도 모두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다. LG 채은성은 "임재철 선배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도 선배님처럼 내 관리가 철저한 사람,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철은 "내년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조인성은 지난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1루수와 포수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변화를 준 것이다. 그는 캠프에서 고삐를 바짝 당긴 덕에 몸무게를 5kg가량 줄이는데 성공했다. 육안으로도 홀쭉해진 조인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몸이 가벼워졌다. 가장 좋았때의 몸무게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마무리캠프 MVP로 뽑히기도 했다. 많게는 20살 까지도 차이나는 후배들과 견주어 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인성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두세번째로 밀리는 것은 수치스럽다. 순발력과 스피드에서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면 춘분히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내년 시즌에 들어가기 앞서 몸을 30대 초반으로 만들겠다. 정신도 젊어지기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