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해 보이지만 신중하다. 게다가 '쿨' 하다. 포스팅 성공을 넘어 강정호(27·넥센)의 메이저리그 안착이 최종 목표인 넥센 구단측은 강정호의 '멘탈'에 믿음을 걸었다.
넥센 구단은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KBO는 이날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강정호를 30개 구단에 포스팅할 것으로 요청했다. MLB 사무국은 포스팅 후 4일 이내에 최고 금액을 KBO에 통보한다.
넥센 측은 이번겨울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양현종(26·KIA)과 김광현(26·SK) 이상의 응찰액을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몇 개 구단이 한국을 찾아 강정호를 살펴보고 갔다. 앞선 두 투수 이상의 응찰액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돈만 많이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현지 에이전트와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넥센 구단의 한 관계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 중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강정호의 성공이다. 우리는 강정호를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지켜봤다. 팀 기여도는 물론 멘탈 면에서도 빅리그 안착에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평소 공개석상에서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지난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다득표로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낀 그는 "감사합니다"라는 단출한 소감을 남겼다. 지난달 18일 프로야구 타이틀 시상식 때도 강정호는 장타율 1위에 오른 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내려갔다. 보기에 따라 '쿨'해 보일 수 있으나 자칫 신중을 넘어 '생각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는 오해를 살 만했다. 대중 앞에서 말을 극도로 아껴야 할 만큼 조심스럽고 고민이 많은 성격이 아니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낯선 환경과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류현진(27·LA 다저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에도 이국인을 봐도 친근하게 다가가 농담을 걸고 장난을 치는 심플한 성격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오랜 시간 강정호를 지켜본 넥센 관계자는 "멘탈 면에서 정말 강한 선수다"고 자신했다.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쿨'하다는 것. 그는 "팀 내 기여도를 따질 때 강정호는 1~2위를 다투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 동료들이 눈에 띄는 기록을 세우면서 돋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봉 협상 때나 평소에 서운한 마음이나 아쉬움을 보인 적이 없다. 우리가 안을 제시하면 '그러죠, 뭐'가 끝인 선수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 긴 말을 하지는 않지만, 해야 할 자리에선 아끼지 않는다. 최근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이 "강정호의 포스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빌리 빈 단장이 내 이름을 말했는가"라며 대범하게 넘겼다. 강정호는 "세상에 100%는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안되면 그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넥센 관계자는 "실력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마인드도 상당히 좋다"며 강정호의 성공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