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출신 최고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가 20년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지난 17일 앙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은퇴 소식을 전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던 그의 선수 시절을 되돌아 봤다.(2편에서 이어짐)
바르셀로나로 향한 앙리, 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다 (2007년~2010년)
06/07시즌 앙리는 아스널을 떠날 결심을 한다.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렸지만 팀은 8강에서 조기탈락했고, 리그에서 또한 부진했다.
30살의 앙리가 향한 곳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다. 1600만 파운드(약 300억)의 이적료에 ‘아줄그라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앙리의 이적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전 세계 언론들은 바르셀로나에 ‘판타스틱4’가 탄생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판타스틱4’ 호나우지뉴-메시-에투-앙리로 구성된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은 어마어마했다.
앙리는 07/08시즌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레반테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위용을 과시했고, 그 해 40경기 15득점을 기록하며 적응따위 필요없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08/09시즌이 시작되기 전, 기존 감독이였던 레이카르트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당했고, 당시 2군 감독이였던 펩 과르디올라가 새로이 부임했다.
과르디올라는 앙리를 윙포워드로 배치했고, 앙리는 메시-에투와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커리어에 추가하게 된다.
당시 앙리는 38경기 24골을 기록했고, 바르셀로나는 2009년에만 라리가 / 코파델레이(국왕컵) / 챔피언스리그 / UEFA 슈퍼컵 / 스페인 슈퍼컵(수페르코파) / 클럽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6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던것과 달리 09/10 시즌의 앙리는 우리가 알던 그 앙리가 아니였다.
32살이였던 앙리는 급격한 노쇠화로 인해 경기력 저하와 잔부상에 시달렸고, 30경기를 출전했지만 고작 4골을 넣는 것에 그쳤다.
바르셀로나 유스출신 페드로, 보얀의 활약과 새로 영입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 속에 점차 입지는 줄어들었고, 앙리는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불태우기 위해 미국 MLS의 뉴욕 레드 불스로 향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2010년 7월~2014년 12월 16일)
지난 15년간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모든 우승타이틀을 획득한 앙리의 뉴욕행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곳은 내 인생, 내 경력에 있어 흥미로운 새 출발이 될 것이다” 앙리가 말했다.
당시 뉴욕 레드불스는 앙리와 더불어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뛰던 라파엘 마르케스까지 영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앙리의 진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앙리는 7월31일 디나모 휴스턴과의 MLS 데뷔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무승부를 이끌었고, 2010년 12경기 2골 3어시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치뤘다.
적응을 마친 앙리는 2011년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15골 5도움을 기록했고,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됩니다.
2012년 1월, 공격진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아스널의 벵거 감독은 MLS의 휴식기(1월~2월)를 틈타 앙리를 단기 임대했다. 앙리는 약 40일간 아스널에서 6경기에 출전해 2골1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뉴욕으로 돌아온다.
아스널에서 예열을 마친 앙리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무서운 득점력을 선보였고, 2012년 27경기 15골 1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게 된다.
입단 당시 5년 계약을 맺은 앙리는 2014년 은퇴의 기로에 섰다.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자, 지난달 30일 앙리는 인터뷰를 통해 “지난 주말 경기가 내가 뉴욕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였다”며 은퇴의 기로에 섰음을 인정했다.
그의 MLS 기록은 90경기 41골이였다.
앙리 “지금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2014.12.16)
앙리는 16일 오후 4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고, 이제 프로 축구 선수로서의 삶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라고 글을 시작해, 지금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고, 저를 응원해주셨던 팬, 동료, 그리고 이전 소속팀인 AS모나코, 유벤투스, 아스날, 바르셀로나, 뉴욕 레드 불스 팀과 그의 일원,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라며 인사했다.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 '스카이 스포츠'에 합류해 그간 선수로써 쌓았던 경력을 바탕으로 좋은 방송을 할 것이고,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라며 방송인으로서 새 시작을 알렸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상
클럽에서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춰 대표팀 커리어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못했으나, 대표팀에서도 위대한 선수였다. 18살이던 1996년 레블뢰 군단의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례, 4차례의 월드컵 출전(18경기 6골)해 한 차례의 우승과 준우승, 두 번의 예선탈락을 겪었고, 3차례의 유로대회(13경기 5골)에 출전해 1차례의 우승(유로2000)을 트로피를 차지하며 프랑스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또 2007년 미셸 플라티니가 갖고 있던 프랑스 대표팀 A매치 최다골(41골)을 갈아치웠고, 2010년 대표팀 은퇴시점까지 123경기에서 51득점을 기록해 대표팀에서도 좋은 커리어를 보여줬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