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넥센)가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유격수로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유격수로 뛴다는 전제 아래 15홈런, 타율 2할6~7푼대를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정호의 '빅리그'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넥센은 지난 20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 최고 응찰액인 500만2015달러(약 55억 원)를 통보받았다. 류현진(LA 다저스·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국내 선수 중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포스팅 액수다. 넥센 구단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야수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한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응찰액을 수용하고, 강정호의 미국 진출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에이전트 옥타곤 월드와이드를 통해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과 30일 동안 연봉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녹록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부정적인 여론과 싸워야 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가능성을 평가하면서도 수비력과 포지션에 의문을 표시해 왔다. 프로야구 수준과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2010년말 포스팅 금액 532만9000달러를 받고 미네소타로 진출한 일본인 내야수 니시오카는 2년간 이렇다할 성적없이 퇴출됐다. 2006년 템파베이에 입단한 내야수 아키노리(포스팅 450만 달러)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아시아권 선수에 대한 편견을 제일 먼저 깨고 싶다. 아시아 내야수는 대부분 결과가 안 좋게 끝났다. 메이저리그 타구의 질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런 건 빨리 적응하기 나름이다. 꾸준히 기회를 준다면 상황에 맞춰서 적응하리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최고 유격수로서 자존심을 유지했다. 그는 "현지에서 2루수 전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첫 시작은 유격수로 하고 싶다. 주전 유격수로 뛴다는 전제 아래 내년 홈런 15개, 타율 2할 6~7푼대를 목표로 잡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만약 팀 사정상 옮겨야 한다면 2루보다는 3루가 낫지 않을까 싶다. 3루가 2루보다는 편하다. 무엇보다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호가 연봉 계약에 성공한다면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미국에 진출하는 야수 1호가 된다. 그가 걸어가는 과정이 후배들에게는 길이 된다. 강정호는 "한국 선수로 처음 가게 된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더 잘해야 한국에서 가는 선수들도 좋게 간다. 그런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있다. 제 결과가 한국 야구의 미래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하던 대로 하겠다. 느낌은 잘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최고의 투수와 겨루고 싶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신시내티의 마무리 채프먼을 상대하고 싶다. 최고의 투수다. 공이 어떤지 보고 싶고, 또 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액수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하게 기회를 주는 팀이면 좋겠다. 구체적인 조건은 에이전트와 앞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만약 잘 안 된다면 내년에도 넥센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