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손흥민(22·레버쿠젠)은 장난기가 넘치는 아이였다. 부안초를 졸업한 손흥민의 초등학교 졸업사진만 봐도 범상치 않다. 평범한 옷 입은 친구들과 다르게 홀로 당시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매일 공지천에서 축구를 하던 그의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졸업앨범 마지막 장에 남긴 3행시도 눈길을 끈다. 손흥민은 자신의 이름으로 '손오공을 닮은 흥민이 민이라고 해~'라는 3행시를 남겼다. 졸업앨범 마지막에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에도 손흥민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거다"라고 적었다.
손흥민의 부안초등학교 졸업사진. 홀로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까만 얼굴은 아버지 손웅정 '손웅정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의 특별지도를 때문이다. 손흥민은 부안초에서 수업을 마치면 매일 춘천 공지천 운동장에서 훈련했다. 손 감독은 "직접 개발한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흥민이도 이 훈련으로 축구의 기본을 익혔다"고 했다. 손흥민은 학원축구에 몸담기 전까지 아버지 손 총감독에게 개인기를 배웠다.
기존 학원축구에 회의를 느낀 손 총감독이 만든 교육법은 독특하다. 중심은 선수다. 허드렛일은 코치가 한다. 공이 나가도 코치가 주워온다.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꼭 공과 함께 운동하고, 체력훈련은 따로 없다. 다른 팀처럼 줄을 맞추는 등 규율도 강조하지 않는다. 손 총감독은 "규율을 강조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는 철학을 밝혔다. 손흥민의 톡톡 튀는 플레이도 이 시기에 배운 것이다.
23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4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손흥민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한국축구 에이스로 인정받은 것이다. 박지성(2010)과 기성용(2011·2012)에 이어 손흥민이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 상을 받은 손흥민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