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완투수 안태경(24)이 '순수 신인'의 자세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신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롯데의 선택을 받은 그는 이미 미국 무대에서 4년 동안 뛴 '중고 신인'이다. 비록 빅리그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텍사스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야구를 했던 '경험'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앞두고 과거는 잊고 초심만 생각하려 한다. 안태경은 "마이너리그 시절에 얽매이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나는 그저 신인 선수다. 코치님과 선배들께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훈련에 임하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9년 부산고 졸업과 동시에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긴 안태경은 텍사스 구단과 계약금 8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행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며 첫 단추를 잘못 채웠고,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홀로 한국에 남겨둔 어머니 걱정도 커졌다. 결국 2012년 귀국을 결정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야구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고교 때까지 야구를 해오던 부산으로 돌아와 새삼 적응하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힘든 시기를 겪은 안태경에게는 팀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동료들과 친해지는 '당연한 일'이 중요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이젠 제법 '부산 사나이'의 면모를 되찾은 듯 보인다. 안태경은 지난달 28일 열린 롯데의 납회식에서 가장 밝게 웃는 선수였다. 한국 야구에서 처음 겪어본 친목 자리였기에 신도 났다. 미국 진출 경험이 있는 투수조 고참 송승준과는 같은 숙소를 쓰며 공감 가는 이야기를 나눴고, 다른 1군 동료들과도 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안태경은 "팀에 합류한 뒤 석 달 동안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동료들과 친숙해진 것이다. 미국과 달리 선·후배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다들 잘 대해주셔서 지금은 위축되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남은 숙제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롯데는 에이스였던 장원준의 이적으로 내년 시즌 선발 자원이 부족하다. 1라운드 지명 선수인 안태경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태경은 고교시절 191cm 큰 키에서 내리꽂는 140km 후반 대 빠른 공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아직은 몸을 만들어 가는 단계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바로 군복무를하면서 2년 6개월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원래의 구위와 실전 경기 감각 회복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안태경도 우선 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그는 "공백과 상관없이 몸이 만들어지면 충분히 원래 구속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을 때 밸런스가 무너졌던 시기 보여준 모습 때문에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증명하고 싶다. 실전 감각이 워낙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이번 스프링캠프가 정말 중요하다. 완벽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기 위해 다부진 각오로 준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