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14 프로야구, 그라운드 수 놓은 말말말
사람의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의 말 한 마디는 팬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한다. 2014 프로야구에서도 수많은 말들이 그라운드 안팎을 수놓았다. 그때의 감동과 아쉬움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화제의 말들을 모았다.
"컨디션 안 좋으면 포항에서 '특타'해야겠다."
이승엽(삼성)=5월2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3986일 만에 연타석 홈런을 때린 후. 이승엽은 올 시즌 포항구장에서 타율 0.394·7홈런으로 유독 좋은 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부진했던 이승엽은 올해 절박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고, 3할 타율(0.308)과 팀 내 홈런(32개)·타점(101개) 1위를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포수라서 행복해요."
이재원(SK)=전반기 타율 1위를 달리다가 후반기 들어 성적이 떨어지자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랜 시간 대타 요원에 머물다가 올 시즌에서야 잠재력을 발휘하며 주전 포수로 거듭났지만 체력 저하와 경험 부족으로 타율이 차츰 하락했다. 그러나 이재원은 타율 1위 수성보다 자신의 주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내가 퇴장당하면 팀이 이긴다고 하대."
김응용(한화 감독)=9월 대전 LG전에서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뒤 팀이 승리를 거두자 한 말. LG 유격수 오지환이 '고의 낙구' 논란을 낳은 수비로 더블 플레이를 이끌자 김응용 감독은 '인필드 플라이'를 주장했다. 심판진에 "바람이 인필드 플라이와 무슨 상관이 있나"며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결국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했다. 그러나 한화가 이날 승리해 올해 김 감독의 '퇴장 경기' 승률은 100%(2경기)가 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터닝 포인트였죠."
안지만(삼성)=10월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LG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소감.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7회 무사 1·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던 그는 좋은 페이스를 이후 정규시즌에서도 이어가며 삼성의 4연패를 이끌었다.
"35세에 전성기를 맞은 최경철이가 홈런 하나 치더니 입이 트였더라."
이호준(NC)=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 홈런을 친 LG 포수 최경철에 대해.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서자 최경철이 평소와는 달리 '형, 왜 이렇게 진지해요'라며 먼저 심리전을 걸어왔다고 한다. 이호준은 "순진한 척 머리 굴린다"고 말하면서도 뒤늦게 빛을 본 후배에 대해 "노력은 역시 배신하지 않는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믿어야지, 우야겠노."
류중일(삼성 감독)=넥센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부진했던 팀 내 주축 내야수 박석민과 김상수에 대해 묻자.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5차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지켜보던 류 감독은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 분명 다시 잘 해줄 것이다"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후 2경기에서 두 선수는 자신의 몫을 해내며 팀의 사상 첫 4연속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백척간두진일보."
서건창(넥센)=11월 정규시즌 MVP 수상 소감.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다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가족에게 추천받고 미리 준비했다"며 역시 '서 교수'다운 치밀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에서 우승했다면 더 기뻤을 거에요."
이대호(소프트뱅크)=프로 데뷔 14년 만에 첫 우승을 경험한 뒤. 일본 무대 세 번째 시즌을 보낸 그는 정규시즌에서 타율 0.300·19홈런으로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하며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친정팀 롯데가 아닌 외국인 선수로 맞은 우승이기에 감흥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했다.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다."
김성근(한화 감독)=취임식에서부터 혹독한 수비 훈련을 예고했다. 한화의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는 흙투성이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공개돼 높은 강도를 짐작케 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의 편견을 깨고 싶다."
강정호(넥센)=12월 21일 메이저리그 도전 기자회견에서 전한 각오.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통념을 깨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강정호는 포스팅 최고액(500만 2015달러)를 써낸 피츠버그와 입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리=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