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5·스완지시티)은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준비 중인 축구대표팀에 가장 늦게 합류하는 태극 전사다. 그는 스완지시티 요청에 따라 30일 오전 5시(한국시간) 리버풀, 내년 1월1일 자정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2연속 원정을 치른 뒤 3일 시드니 대표팀 전훈 캠프에 합류한다.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출전은 불가능하다. 6일에는 대표팀과 함께 시드니에서 캔버라로 육로를 통해 또 이동한다. 기성용에게는 연일 빡빡한 일정이다. 그가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 전까지 100% 컨디션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왜 기성용만 지각합류?
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소집 규정을 적용받는 대회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공식 개막일(1월9일) 전주 월요일인 29일 안에 소속 팀을 출발해야 한다. 대표팀 멤버 중 국내와 일본, 중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비시즌이고 독일과 중동 리그는 휴식기라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2~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야하는 영국 선수들은 처지가 다르다. 사실 이번에 스완지시티 외에 윤석영의 QPR도 차출을 늦춰달라고 사전에 요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월 2일 스완지시티와 QPR이 맞대결하는 점을 감안해 두 명 모두 그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라고 흔쾌히 배려했다.
하지만 윤석영이 부상을 당해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기성용만 '지각합류자'로 남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성용은 그 동안 대표팀에 계속 중용돼 와 짧은 기간이라도 팀에 어렵지 않게 녹아들 수 있으리라 코칭스태프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도 대표팀 소집 때 종종 이런 갈등이 있었다. 2011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컵을 앞두고 당시 박지성(33·은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기성용·차두리(34·FC서울)가 뛰던 스코틀랜드 셀틱이 차출에 비협조적이었다.
당시 규정상 12월27일 소집인데 맨유와 셀틱은 1월5일경 보내주겠다고 했다. 특히 박지성은 11월 한 달 동안 3골 2도움을 올리는 등 펄펄 날고 있어 퍼거든 전 감독이 "박지성이 아시안컵으로 우리 경기에 7번이나 빠져야 한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그러나 결국 3명 모두 조광래 전 감독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규정대로 12월 말 합류했다.
◇ 부상을 조심하라
기성용이 소속 팀에서 워낙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논란도 생긴다.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각합류'가 기성용과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성용은 올 시즌 소속 팀에서 거의 풀타임을 뛰었다. 영국 보도에 따르면 그는 프리미어리그 14경기에서 99.05마일(159.399km)을 누벼 뛴 거리에서 전체 4위에 오르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또한 9월과 10월, 11월 A대표팀에 모두 차출돼 한국과 영국, 중동과 영국 등 먼 거리를 오갔다. 이번에도 살인 일정을 소화한 뒤 거의 못 쉬고 호주로 간다. 경고등이 켜질 만한 상황이다. 이럴 때 부상이 오기 쉽다. 기성용이 다치면 본인이나 대표팀 모두 큰 악재다. 기성용 스스로 조심해야 하고 대표팀 차원에서도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해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