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가위'로 데뷔한 유승준은 이젠 대한민국에선 무존재감의 가수다. 하지만 90년대 가요계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도 유승준이다. '가위'를 시작으로 '열정''나나나''비전''찾길 바래''사랑해 누나' 등 히트곡은 MBC '무도-토토가' 레전드 못지않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90년대 받았던 사랑 이상의 미움을 받고 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유승준 본인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성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군 입대 문제가 걸렸다. "성실하게 병역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아름다운 청년'의 말바꾸기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깊은 배신감'까지 공유했다. 들끓는 민심에 정부는 출입국 관리법에 의해 그를 영구적으로 입국 금지 시켰다. '과잉 법적용 문제'도 대수는 아니었다.
미국 시민권자가 된 스티브 유에게 선처는 필요치 않았다. 지난해 초에 유승준의 입국 금지가 해제됐다는 보도에도 병무청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 기만죄'는 그 만큼 무거웠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그 간 유승준은 2003년 6월, 딱 한 번 장인상을 이유로 입국을 허락 받았을 뿐이다. 2012년엔 홍콩에서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 출연해 "보고싶습니다. 다음에 꼭 한국에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지만 된서리만 맞았다.
이후에는 웨이보로 꾸준하게 가수 복귀를 소망하고 있다. '우리 웨스트사이드(유승준 팬클럽) 완전 짱. 나는 영원히 너희를 사랑해. 고마워 많은 시간동안 나를 지지해줘서. 기다려'라는 글을 올렸다.
얼마 전에는 '여러분 제 새 노래 원하시나요? 원한다면 응원해 주세요. 천천히 컴백 가수의 느낌을 찾고 있어요. 오랫동안 노래를 안 했거든요. 연습할 마이크도 구입했어요. 새 출발?'이라는 글을 썼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컴백은 중국에서의 복귀를 말할 거다. 하지만 아직 한국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유승준의 복귀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다른 연예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하지만 유승준의 죄질을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도박을 했건, 마약을 했건, 심지어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려도 자기 자신 만을 파멸로 이끈다. 그렇기에 복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숙 이후엔 방송이 허락되곤 한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많은 연예인들이 자숙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군대 문제로 국민에게 상처를 입힌 연예인들일 거다. 브로커를 써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가 발각돼 복무한 연예인들이 꽤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지금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승준은 무려 13년째 질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거다. 우여곡절 끝에 유승준이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실패에 그칠 확률이 더 크다.
그렇다면 그 스스로 여론의 싸늘함을 느끼게 하는 건 어떨까. 무조건 국내 입국을 막고, 컴백을 원천봉쇄하는 것보다 대중 냉대를 겪게 하고, 뼈저리게 후회하게 하는 게 더 가혹하고 성숙한 회초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