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럭비협회가 6일 서울역 KTX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설 관련 기자회견'이란 제목을 달았다. 해체가 아닌 해체설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부터 선수와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럭비단을 해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이에 원종천 대한럭비협회 부회장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3개의 실업팀 중 하나가 없어진다면 파급효과가 크다. 럭비 몰락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소문에 럭비판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박만웅 사무국장은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 럭비팀이 해체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중공업 경기가 좋지 않아 경비 절감 차원에서 해체를 논한다고 하더라"며 "SDI에서 운영할 때 25~28억 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현재는 16~17억 원으로 축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측에서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만 36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럭비협회 관계자는 "스포츠단 말고 그 윗선에서 럭비단을 없애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가장 사랑했던 스포츠가 럭비인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바로 럭비단을 해체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 럭비에서 삼성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기본적으로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럭비 실업팀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포스코와 한국 전력 등 3개 뿐이다. 럭비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제대회에서 혁혁한 성과를 세웠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럭비는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부터 96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돌아왔다. 럭비 월드컵은 축구 월드컵만큼 파급력이 큰 스포츠다. 한국럭비는 오는 2019년 럭비월드컵 출전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그리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나온 서울사대부고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조민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중공업은 어린 럭비 선수들에게는 꿈과 같은 곳이었다"며 "선수들의 꿈을 뺏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