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NO.7 , 김보경은 `포스트 박지성` 으로 주목을 받았다. ] 김보경(27·전북 현대)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것도 박지성(35·은퇴)이 직접 지목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김보경은 이 별명이 붙은 순간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오랫동안 이 얘기를 듣게 되겠구나'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 직감은 현실이 됐다. 조금만 부진해도 비난이 쏟아졌고,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이름값에 못미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4일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김보경은 담담했다. 그는 "나는 그저 내 환경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며 "앞으로 활약해 오명을 반납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포스트 박지성, 영광과 부담의 두 얼굴
2011년 1월,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 때였다. 당시 박지성은 자신의 후계자로 김보경과 손흥민(24·토트넘)을 지목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손꼽힌 선수들이었다. 특히 포지션은 물론 등번호까지 같은 7번을 쓰던 김보경은 일약 '포스트 박지성'으로 주목 받았다.
선배 박지성의 이름이 걸린 수식어는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며 맹활약하던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카디프 시티로 이적했다, 사람들은 박지성의 후계자가 겨우 잉글랜드 2부리그로 간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2012-2013시즌 카디프 시티의 챔피언십 우승에 기여하며 1부리그 승격을 일궈내 평가를 뒤집는가 싶었지만 승격 첫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의 행보는 더욱 씁쓸했다.
카디프 시티는 다시 챔피언십으로 강등됐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김보경은 팀을 떠나 챔피언십의 위건 애슬레틱으로 옮겼다. 그러나 위건 역시 3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워크퍼밋(취업비자) 발급 문제로 블랙번 입단이 불발됐다. 지난해 8월에야 어렵사리 마쓰모토 야마가에 입단해 일본 J리그로 복귀했다.
[ 위건 애슬레틱 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김보경 선수의 모습 ]
김보경은 그렇게 2012년을 시작해 2015년을 마무리한 지난 3년의 영국 생활 동안 '포스트 박지성'으로서 받았던 기대는 희미해진지 오래다.
그는 "비자 문제로 영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게 가장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축구 외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그 때를 돌이켰다. 이어 "그래서 이번 시즌 팀을 선택하는데도 신중을 기했다. 앞으로 전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붙잡은 최강희 감독의 '짝사랑'
김보경의 전북행을 성사시킨 건 최강희(56) 감독의 지고지순한 '짝사랑'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 마쓰모토의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되면서 김보경은 또다시 팀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러 팀을 물색하던 그에게 가장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건 전북과 감바 오사카(일본)였다. 특히 김보경이 J리그에서 활약할 때 뛰었던 세레소 오사카와 같은 연고지 클럽인 감바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익숙한 환경에 가장 오래 뛰었던 J리그라는 토양, 그리고 적극적인 영입 제안에 김보경의 마음은 감바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상 감바로 이적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 `김보경을 향한 짝사랑` , 적극적인 구애로 최강희 감독은 김보경을 얻을 수 있었다.
김보경 선수 사진출처 = 전북현대 구단 ]
[ `김보경을 향한 짝사랑` , 적극적인 구애로 최강희 감독은 김보경을 얻을 수 있었다. 김보경 선수 사진출처 = 전북현대 구단 ]
하지만 한 통의 전화에 상황이 바뀌었다. 최 감독은 김보경에게 직접 연락을 해 그를 만났고, 절절한 '구애'를 펼쳤다.
"보경아, 내가 너를 많이 짝사랑했다.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이번에 꼭 같이하고 싶다."
무뚝뚝한 표정 너머 비치는 최 감독의 진심에 감바로 굳어졌던 김보경의 마음이 흔들렸다. K리그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김보경은 최 감독의 손을 잡았다. '짝사랑'이 '맞사랑'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보경은 "사실 감바와 얘기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쪽에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그러나 최 감독님의 마음이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통한 둘은 바라보는 곳도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이다. 김보경은 "챔피언십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우승 타이틀을 많이 갖고 싶다"며 "ACL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