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티노 페레즈(68)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5일(한국시간) 라파엘 베니테즈(55)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베니테즈의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시작부터 삐걱댔다. 초호화 선수단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작년 11월 바르셀로나와 엘클라시코에서 0-4로 참패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리그 3위)으로 자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베니테즈는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했다.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 등으로 구단의 신뢰를 잃었다.
어찌보면 경질은 당연한 처사다. 베니테즈의 후임 사령탑은 지단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와의 구체적인 계약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단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로 입단 계약을 할 때보다 더 흥분되는 날이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감독 지단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01년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7500만 유로(840억 원)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이적해 온 그는 2006년 은퇴까지 줄곧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았다. 은퇴 뒤 기술고문·사무총장 등의 요직을 거쳐 2013년 수석코치로 당시 감독이었던 카를로 안첼로티(57)를 보좌하며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에 돌입했다. 지단은 안첼로티 감독과 함께 2014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직후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2군) 감독을 맡았다. 은퇴 후 약 8년 만에 처음 대권을 잡았다. 하지만 '감독 지단'의 첫 해는 '선수 지단' 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는 시즌을 3부 리그 6위(16승 10무 12패)로 마무리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지단은 절치부심했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61), 주제프 과르디올라(45)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등 엄청난 열의를 보였다. 그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카스티야는 6일 현재 리그 2위(10승 7무 2패)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단이 감독으로서 지도력도 인정받은 것이다.
◇ 과르디올라 혹은 인자기
페레즈 회장은 지단에게 '제2의 과르디올라'를 기대하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은퇴 직후인 2007년 바르셀로나B(2군) 감독으로 임명됐다. 빼어난 성적을 거둬 이듬해 1군 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29)와 함께 2009년 유럽축구 역사상 최초의 6관왕을 달성하는 등 전성기를 이어갔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인 그는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지단은 '제2의 인자기'가 될 수도 있다. AC밀란(이탈리아)의 레전드인 필리포 인자기(43)는 2012년 은퇴 뒤 구단의 유소년 팀을 거쳐 2014년 여름 1군 감독으로 선임돼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리더십에 문제를 드러내며 선수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구단은 결국 지난 6월 인자기와 결별했다.
지단은 '과르디올라' 신화를 재현할까. 아니면 '인자기'의 전철을 밟을까.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이 지단을 향해 있다. 그의 레알 마드리드 감독 데뷔전은 오는 10일 데포르티보와 홈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