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구단은 일찌감치 오타니를 영입 대상으로 점찍고 있다. 한국 야구팬에게도 지난해 프리미어12 국제대회에서 한국전 두 차례 등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고교 1학년 때 세운 ‘목표달성표’도 화제가 됐다.
‘8개 구단으로부터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는다’는 핵심 목표를 설정하고 주위에 여덟 개의 소주제를 배치했다.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스피드, 인간성, 운, 변화구 등이다. 그리고 8개 항목 각각에 다시 여덟 개의 목표를 세웠다. ‘체중 증가’, ‘하체 강화’ 등 기술적인 면 외에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인사하기’ 등도 있었다. 오타니의 ‘목표달성표’에 감명받은 국내 야구 지도자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 표는 오타니가 직접 고안한 게 아니었다. 오타니는 최근 가토리 요시타카 전 요미우리 코치와 지면 대담을 했다.
스포츠호치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가토리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수로 17시즌을 뛴 뒤 요미우리와 세이부 코치를 지냈다. LA 다저스에서도 2001년 코치 연수를 했다.
오타니는 이 대담에서 “야구부원 전원이 목표달성표를 썼다. 단기 목표도 있었고, 연령 별 목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테현 출신인 오타니는 하나마키히사기 고교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 동경했던 세이부 투수 기쿠치 유세이의 모교기도 하다. 이 학교의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선수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고교 선수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목표달성표를 쓰게 한 것도 그의 방침이었다.
오타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속 110km를 던진 유망주 투수였다.
체격 조건도 좋았다. 하지만 사사키 감독은 고교 1학년이던 오타니를 우익수로 기용했다.
일본 스포츠잡지 ‘넘버’에 따르면 “아직 뼈가 성장 단계에 있는 선수”라는 이유에서였다. 오타니는 일본 야구에서도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을 타고난 투수다.
하지만 재능을 꾸준히 갈고 닦은 데는 고교 시절 감독의 지도가 영향을 미쳤다.
고교 1학년 때 오타니가 세운 목표 중에는 “시속 160km를 던진다”가 있었다. 그 목표는 고교 3학년 때 이미 달성했다. 오타니는 가토리와의 대담에서 “2019년엔 시속 175km를 던진다는 목표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아롤디스 채프먼이 시속 106마일(171km)를 던지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썼다. 꿈은 높게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