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골잡이 대결에서, 오카자키 (사진 上)은 극적인 골을 기록했지만, 손흥민(사진 下)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
한·일 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손흥민(24·토트넘)과 오카자키 신지(30·레스터 시티)의 얘기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64강 레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오카자키는 골맛을 봤지만 손흥민은 유효슛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A매치 47경기·16골)과 오카자키(A매치 96경기·47골)는 각각 한국과 일본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에게 주전 도약의 기회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그동안 교체 멤버로 활약해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 11일( 한국시간) , 잉글리시 FA컵 64강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 선수 ]
최근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2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첼시전(0-0무) 이후 무려 8경기 만에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발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줄곧 교체 멤버로만 활약 중이었다.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을 대신해 최전방에 투입된 손흥민은 그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호흡이 문제였다.
이날 토트넘의 양날개로 배치된 조슈아 오노마(오른쪽)과 나세르 샤들리(왼쪽) 역시 평소 출전 기회가 적은 벤치 멤버였다. 중앙에서 공격을 이끈 토마스 에릭슨 정도만 주전급 선수였다. 마음만 앞선 이들은 무리한 드리블과 슈팅으로 여러 차례 기회를 날렸다. 이날 손흥민은 단 한 개의 유효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1-1로 맞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오카자키는 보란 듯 투입 3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오카자키의 골 덕에 레스터 시티는 적지에서 귀중한 무승부를 거뒀다.
[ FA 컵 64강, 결정적인 골을 기록한 오카자키 선수 ]
손흥민과 오카자키는 오랜 라이벌 관계다.
올 시즌 나란히 영국 무대에 입성한 이들은 이전엔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아시아 선수로 활약했다. 분데스리가에 데뷔 시즌(2010-2011시즌)도 같다. 시즌별 총 골수로 따지면 유럽클럽대항전 단골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활약한 손흥민이 중위권팀 마인츠에서 뛴 오카자키보다 돋보였다.
하지만 정규리그 득점만 놓고 보면 둘은 치열했다.
손흥민(2013-2014시즌 10골·2014-2015시즌 11골)은 최근 2시즌을 모두 오카자키(2013-2014시즌 15골·2014-2015시즌 12골)보다 적은 골수를 넣었다. 그러나 2012-2013시즌엔 12골의 손흥민이 1골에 그친 오카자키보다 많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선 손흥민이 2골, 오카자키가 3골을 기록 중이다.
[ 레버쿠젠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손흥민 ]
다행히 손흥민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는 있다.
토트넘은 레스터시티와 14일 같은 장소에서 정규리그 2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는 휴식을 취했던 케인의 선발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손흥민은 후반전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오카자키의 경우는 골을 넣은 데다 올 시즌 정규리그 선발 출전이 11회나 돼 '미니 한·일전 2라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손흥민을 두고 "후반 중원에서 깔끔한 패스가 돋보였다"고 평했고, 오카자키의 골 장면에선 "대단한 임팩트였다"고 칭찬해 둘의 맞대결을 기대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