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마무리로 활약한 오승환(34)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을 앞두고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후반기 혹사 여파로 인한 구위 저하, 그리고 해외불법도박 스캔들이라는 악재가 겹쳐 있다.
하지만 전성기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투수였다.
7년 전인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2009년 WBC 본선은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열렸다. 메이저리그 구장에는 투구의 물리적인 값을 측정하는 피치F/X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오승환을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투구 데이터도 고스란히 기록됐다.
일간스포츠는 2014년 오승환의 당시 데이터를 2013년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 기록과 비교한 적이 있다. 분석은 피치F/X 전문가인 송민구 현 NC 다이노스 과장이 맡았다. 결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이었다. 적어도 빠른 공은 그랬다.
[ 2013년. 오승환과 메이저리거의 수직무브먼트 비교. 제일 오른쪽 빨간색이 오승환, 파랑색이 메이저리거 투수 평균 ]
오승환의 빠른 볼에 대해 많은 선수와 스카우트는 “움직임은 적지만 묵직하다”고 평한다. 여기에서 ‘움직임’은 수평 무브먼트, 즉 좌우 움직임이 큰 공을 가리킨다. 오승환의 직구는 이런 타입은 아니다. 오승환의 WBC 때 수평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수직 무브먼트, 즉 ‘덜 떨어지는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는 면에선 메이저리그 최고급이다.
2013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직 무브먼트는 평균적으로 7~10인치 사이였다. 2015년의 경우 50이닝 이상 기준으론 스티브 겔츠(탬파베이)가 12.6인치로 1위, 드류 스마일리(탬파베이)가 12.5인치로 2위였다. 전체적으로 12인치 이상은 6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9년 WBC에서 오승환의 수직 무브먼트는 무려 13.3인치로 측정됐다.
2015년 기준으론 메이저리그 1위다. 2013년에도 분포 그래프의 가장 끝자락에 오승환의 이름이 있었다. 엄청난 수직 무브먼트가 가능한 이유는 공 회전수에 있었다. 두산 유희관이 느린 직구 구속으로도 안타를 덜 맞는 이유가 높은 회전수다.
[ 가장 위협적인 직구를 선보였던, 2009년의 오승환 선수 ]
메이저리그 직구의 분당 회전수는 1800~2200회 사이다.
그러나 오승환의 7년전 WBC 직구 회전수는 분당 2624회에 달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 기준으론 톱 5 안에 들어가는 수치다. LA 다저스 류현진의 직구 분당회전수가 2200회 가량이었다.
오승환은 전체 투구의 70% 가량을 직구로 던지는 투수다.
커터와 슬라이더를 구사하지만 변화구에 대한 평가는 낮다. 하지만 이 직구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 타이틀을 따냈다. 오승환의 2009년 WBC 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이었다. 이 구위를 지금도 유지할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