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미네소타)는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나흘 동안 개인 업무를 처리한 그는 15일부터 '친정' 넥센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몸을 끌어올린 그는 2월 말부터 미네소타 캠프에 합류, 본격적인 메이저리거의 일상에 걸어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박병호는 출국 전 자신의 계약 조항에 포함하지 않은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우선 미네소타에 강등 거부권을 가진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 또 처음 계약할 때부터 거부권을 넣기보다 좋게 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은 부작용도 있다. 팀에서 빅리그에 올리지 않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은 한때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조항에 포함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일단 메이저리그에 승격되면 부상이나 부진이 와도 쉽게 빼지 못하고 기회를 꾸준하게 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독소 조항이 되기도 한다. 팀에서 처음부터 빅리그에 올리지 않으면, 마이너리그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한다.
[ 윤석민 / 기아 타이거즈 ]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민(30·KIA)이다. 그는 2014년 볼티모어와 3년 보장액수 575만 달러(약 63억원), 최대 1325만 달러에 사인했다.
더불어 2015년부터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옵션을 끼워넣었다. 항간에는 그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거부권을 얻기 위해 낮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독이 됐다.
윤석민은 2014년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노포크)에서 23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했다.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는 등 마음고생을 했다. 볼티모어는 확대 엔트리 발표 때 윤석민을 지명할당(방출대기) 명단에 포함하며 40인 로스터에서 뺐다. 메이저리그에 올릴 경우 거부권 발동을 염려한 팀에서 처음부터 빅리그 합류 여지를 주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 박병호가 오늘 12일, 미네소타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병호가 걱정한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계약을 할 때 팀에서 나를 빅리그에 올리려는 것인지 마이너리그에만 두려는 것인지 파악했다"고 했다.
2016년 시작이 나쁘지 않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미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고정했고,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측으로부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