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대형마트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이달 말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부당 행위에 대해 제재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롯데마트가 '납품 단가 후려치기'로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자 이마트·홈플러스는 공정위의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위 대형마트 3사 제재 임박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말 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내 3대 대형마트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부터 이들 3사의 대규모 유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권 조사를 벌여왔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행위 의심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직권 조사에서 대형마트의 횡포 혐의를 상당수 적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들은 부서별로 설정한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 납품업체들에 지급해야 할 상품대금에서 판촉비 또는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매달 판매액과 영업이익 목표를 정해놓고, 납품업체들로부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판매장려금, 판매촉진비,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앞당겨 받았다.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대가 성격이어서, 대형 유통업체의 강요에 따른 판매장려금은 불법이다.
대형마트들은 신규 점포를 열거나 기존 점포를 재단장하면서 납품업체들에 직원 파견을 강요해서 상품 진열 등의 업무를 하게 한 뒤 인건비 부담까지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매장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기간(종료일)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서를 교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현재 검찰의 기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달 중 제재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마트 3사의 불공정행위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현재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의 3년 이내 위법행위 횟수를 고려해 가중 처벌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갑질' 논란에 제재 세지나 이처럼 공정위가 칼을 빼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또 다시 갑질 논란이 터져 나왔다. 롯데마트가 자체 할인행사를 위해 삼겹살 납품단가를 후려치기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달 말 예고된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이번 논란으로 인해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협력업체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삼겹살 납품을 강요하고 물류비, 카드행사 판촉비, 삼겹살 자르는 비용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롯데마트의 불공정행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한 돼지고기 납품업체의 신고로 시작됐다. 롯데마트에 3년 간 돼지고기를 납품해 온 이 업체는 납품가 후려치기로 모두 1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해당업체 대표의 신고를 받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 사건을 넘겼고, 조정원은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4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낮아진 납품단가는 행사 후 단가를 다시 올려 사들이는 방식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며 조정을 거부했다.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정위가 사건을 넘겨받아 법 위반 여부를 직접 조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정식 사건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형마트 '갑질'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직권 조사를 벌여왔고 이달 중 그 제재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롯데마트가 또 다시 갑질 논란을 일으는 바람에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놓고 다시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확한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 상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며 "과징금 이상의 강력한 제재가 떨어질 경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공정위 결정을 기다리는 심정은 다들 초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