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팀은 17일(한국시간) 리버풀의 홈 구장 안필드에서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리그에서만 역대 166번째 충돌이다. 상대 전적은 맨유가 66승 44무 55패로 앞서있다.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로 꼽힌다.
이 경기는 '노스웨스트 더비'라 불리는데 두 팀 연고지인 리버풀과 맨체스터가 영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것에서 유래됐다. 영국의 북서 해안에 위치한 두 도시는 역사적, 경제적으로도 줄곧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왔다.
게다가 두 구단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영국 프로축구 우승 횟수도 맨유가 20회로 1위, 리버풀은 18회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모두 붉은 색이 구단의 상징이다.
최근 이들의 성적은 예전만 못하다.
리버풀의 우승은 2011-2012시즌 리그 컵이 마지막이었고 맨유도 알렉스 퍼거슨(75)이 지휘하던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 뒤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올 시즌도 부진하다.
리버풀은 리그 9위(8승7무6패), 맨유는 리그 6위(9승7무5패)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더비전의 중요성 역시 과거에 비해 희석된 느낌이다. 예전처럼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 중위권 혼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비전에 임하는 양팀의 각오는 남다르다. 리버풀과 맨유 모두 승점 3이 절실하다.
더구나 루이 판 할(65) 맨유 감독과 위르겐 클롭(49) 리버풀 감독의 첫 맞대결이라 더 관심을 끈다. 지난 라운드에서 부활한 두 남자 웨인 루니(31)와 피르미누(25)의 진검승부도 주목 해볼 만하다.
◇승점 절실
리그 우승을 다투기 위한 승점이 아니다. 중위권 탈출을 위한 승점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유독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두 팀 모두 선두권과 격차가 크지 않다. 홈팀 리버풀은 승점 31, 원정팀 맨유는 34점이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리그 1-3위 직행, 4위 플레이오프)을 따내기 위해선 최소 리그 4위 안에 들어아 한다. 현재 리그 4위는 토트넘이며 승점은 36이다. 맨유는 리버풀만 잡아도 일단 4위에 오를 수 있다. 리버풀도 맨유를 누르면 곧장 6위로 뛰어오른다.
양팀 모두 '승점 3'이 절실하다.
◇ 판 할과 클롭의 첫 맞대결
화제를 몰고 다니는 두 남자의 첫 맞대결이다.
올 시즌 판 할 감독에게 '경질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돼버렸다. 그는 2014-2015시즌 부임 후 선수 영입 자금으로만 쓴 돈이 4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는 4000억원 짜리 화살이 되어 판 할 감독을 겨냥하고 있다.
우승권과 거리가 먼 것은 고사하고 시즌 내내 '지루한 축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맨유에서 활약했던 폴 스콜스(42)와 마이클 오언(37), 리오 퍼디난드(38) 등도 서슴없이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지난 13일 뉴캐슬전(3-3)을 마친 뒤에는 기자를 향해 "뚱보(fat man)"이라고 소리쳐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러모로 궁지에 몰린 판 할 감독이다.
[ 클롭의 부임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리버풀 ] 반면 클롭 감독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그는 지난 10월 브랜든 로저스(43)를 대신해 리버풀의 사령탑에 오른 뒤 팀 체질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비록 최근 수비진이 줄부상으로 실려나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그의 편이다.
성적도 준수하다. 클롭 감독은 부임 후 각종 대회 21경기에서 10승 7무 4패를 거뒀다. 시즌 도중 부임한 것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두 팀은 지난 9월 맨유 안방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맨유가 3-1로 승리했다. 하지만 그때의 리버풀과 클롭이 지휘하는 리버풀은 완전히 다르다.
◇ 부활한 두 남자, 루니와 피르미누
맨유의 주장 루니와 리버풀의 신성 피르미누 모두 21라운드에서 나란히 두 골씩 터뜨렸다.
루니는 뉴캐슬 원정에서 전성기를 연상케하는 움직임과 폭발적인 슈팅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전까지 리그 3골에 그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종 대회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 위기의 남자에서 에이스로. 루니와 피르미누 모두 최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 피르미누 역시 부활했다.
그는 15일 난적 아스날을 만나 두 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클롭 감독은 부진한 팀의 최전방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26) 대신 피르미누를 제로 톱으로 기용했고 이는 적중했다.
피르미누는 경기 내내 폭넓은 움직임으로 리버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더군다나 올 시즌 그는 유독 강팀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11월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데뷔골을 넣으며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발 끝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