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의 보석과 같은 드라마를 선보인 tvN 내놓은 '응답하라1988'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그 업적은 수치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첫 방송 평균 6.7%, 최고 8.6%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 이후 꾸준한 시청률 상승으로 최종화에서 평균 19.6%, 최고 21.6%를 기록했다. 이는 tv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이자 CJ E&M 전 채널 최고 시청률에 해당한다. 또한 방송 10주 연속 남녀 10대~50대 동시간대 1위를 차지, 전 세대가 함께 보는 '공감형 콘텐츠'로 세대간의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입체적인 구성과 아련한 감정까지 안겨준 마지막 5분 엔딩 장면까지 마치고 드라마가 막을 내리자, 시청자들은 타 드라마의 종영보다도 한 발자국 더 진한 아쉬움을 느낄 법했다. 거기에 '응답하라1988' 없는 금·토요일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길 법하다.
하지만 신원호 PD가 흙 속에서 발굴한 진주와 같은 배우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응답하라 1988'은, 순수하지만 짜릿한 사랑 이야기와 가족애, 우정까지 두루 다루면서도 그 주인공들이 닳고 닳은 배우들이 아닌 대부분 '새 얼굴'로 채워졌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전작부터 함께했던 성동일·이일화·김성균과 연기파 라미란 정도만이 익숙한 얼굴이었던 셈. 류준열(정환)·류혜영(보라)·고경표(선우)·안재홍(정봉)·이동휘(동룡)·최성원(노을)·이민지(미옥), 이세영(자현), 김선영, 유재명(류재명), 최무성(최무성) 등은 신인은 아니지만 모르는이도 많았던 '진주'였다. 2016년이 기대되는 블루칩 배우들을 남녀 별로 나눠봤다.
▶ 정봉이·동룡이·정팔이, '응팔' 전엔 몰랐던 남자들
→ '정봉이' 안재홍 정봉이 역을 맡을 수 있는 다른 배우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 짙은 쌍꺼풀과 도톰한 입술, 엉뚱한 매력을 넘어 애잔한 정과 로맨스까지 갖춘 연기를 해냈다. 이민지를 한결같이 사랑하며 만들어낸 순애보와 명대사는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법하다. 안재홍의 진가는 이미 영화 '족구왕'을 통해 드러났다. 극중 전역 후 족구밖에 모르는 복학생 홍만섭을 연기하며 보여준 개성있는 연기세계에 정봉으로서의 활약까지, 비슷한 유형을 찾을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이미 만들었다는 평이다.
→ '동룡이' 이동휘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캐릭터로는 안재홍 못지 않다. 쌍문동 아이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이자, 장난꾸러기. 동룡역 또한 정봉역처럼 이동휘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흔하지 않은 마스크와 '걸걸한' 발성에 뛰어난 표현력까지. 현장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동휘는 노래와 춤, 창의적인 에드리브 능력까지 갖춰 다재다능한 배우다. 지난해 '베테랑'과 '뷰티 인사이드' '도리화가' 등 화제작에 줄이어 출연한 바 있는 그는, '응팔'에서의 활약까지 더 해져 누구보다 발전 가능성 높은 2016년을 보내게 됐다.
→ '정팔이' 류준열 덕선과의 사랑은 얻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은 사로 잡았다. '응팔'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의 인지도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3월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한 다음 작품인 '응팔'로 대박을 친 셈. 하지만 연기력 만큼은 베테랑과 같은 노련함이 돋보였다. 그는 무심하면서도 따듯한 사랑의 마음을 가진 정환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밝은 2016년을 기약했다. 쉽게 볼 수 없는 자신만의 마스크를 가진 점도 강점. 그의 '쓰임새'를 간파한 제작자들은 일찌감치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 만옥이·왕조현·이세영, 제대로 신 스틸한 여성들
→ '만옥이' 이민지 작은 눈에 교정기를 낀 '만옥이'를 그리워할 시청자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009년 단편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로 데뷔한 이민지는 이미 단편 영화계에서는 '제 2의 김고은'으로 불리던 실력파. 그가 '응팔'에서 정봉역의 안재홍과 보여준 로맨스는 다른 배우 조합을 상상할 수 조차 어렵다는 평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민지는 1차 오디션 때 신원호 PD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기분 좋게 2차 오디션에서 장미옥 역을 따냈다는 후문이다.
→ '왕조현' 이세영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임팩트는 확실했다. 이세영은 자신에게 카메라가 향하는 순간마다 정겨운 웃음을 생산해 냈다. 특히 이세영은은 덕선의 언니 류혜영(성보라)을 좋아하는 고경표(선우)의 마음을 잘못 해석하는 등 도끼병에 걸린 여자들의 증상을 실감나게 보여줘 극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다. 개그우먼으로서 tvN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에서 류승범·유해진 등 다양한 인물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그는 이제 '응팔'에서 보여준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으로 배우로서의 앞날에도 기대를 모았다.
→ '진주' 김설 '진주 앓이'에 빠진 애청자도 적지 않다. 아역 배우 김설이 맡은 진주역은 쌍문동 골목길의 모든 사람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귀여운 외모는 물론 꾸밈없는 연기력과 노래·춤 실력까지 배우로서 펼쳐진 '창창한' 앞날을 빛냈다. 김설은 최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산타클로스 있어요. 보라 언니가 귀에 대고 '실제로는 있어'라고 말해줬어요"라고 말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