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도 자타공인 '패션왕'이 있다. 특히 40~50대 초반의 젊은 감독들은 패션에서 개성을 자랑한다. 염경엽(48) 넥센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화려한 패션 감각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야구장에선 유니폼 차림으로 있어서 엿보이지 않지만, 스프링캠프 출국이나 귀국 때 그가 선보이는 '공항 패션'은 수준급이다. 올 시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 그는 인천공항을 짙은 그레이톤으로 물들였다. 원단에 울과 캐시미어가 들어간 따뜻한 세미 콤비 수트에 목폴라를 매치에 세련미를 더했다. 날씨를 고려해 같은 계통의 체크무늬 목도리를 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가죽구두를 신었다면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상황. 염 감독은 짙은 감색 운동화와 함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서류가방을 들어 포인트를 줬다.
염 감독은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날마다 경기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힘들다. 그렇다고 먹는 걸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세상에서 선식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정도로 소식한다. 스트레스는 가족과 함께 쇼핑을 자주 나가 덜어낸다. 그는 패션 감각이 화제에 오르자 "어릴 때부터 옷을 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쇼핑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걸 잊게 돼 좋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스트레스로 마른 몸매인 염 감독은 비시즌 때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화려한 옷차림과 더불어 맵시가 살아나는 이유다.
류중일(53) 삼성 감독은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옷차림을 중요시 하는 타입이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새 구단 직원이 더그아웃에 나오자 자켓을 선물해주셨다. 티나 셔츠 하나만 걸치지 말고 (직분에 맞는) 복장을 하라는 뜻이다"고 귀띔했다.
지난 15일 출국장에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정장을 세트로 맞췄다. 은은한 광택이 감도는 감색 수트에 포커치프까지 달았다. 옅은 하늘색 셔츠가 무거운 느낌을 덜어냈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자리에 완벽한 정장을 갖춰입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류 감독은 골든글러브 등 프로야구 시상식에는 짙은 베이지나 아가일 무늬 의상을 입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