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새 외국인 선수로 계약을 추진 중인 닉 에반스(30)는 2014년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으로 뛰었다.
에반스는 한때 뉴욕 메츠의 차세대 1루수로 주목받은 선수다. 라쿠텐은 2014년 7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방출된 에반스를 중도 영입했다.
연봉은 1년치 기준 3500만엔(29만 달러)이었다. 두산은 에반스에게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두산 관계자는 20일 "최종 조율 중이지만 이적료 포함 60만 달러선"이라고 밝혔다.
에반스는 2014년 라쿠텐의 기존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케이스다. ‘
기존 선수’는 공교롭게도 2015년 두산에서 뛰었던 잭 루츠였다. 라쿠텐에서 루츠가 받았던 연봉은 4000만엔, 2015년 환율로는 33만 달러다. 두산이 밝힌 2015년 루츠의 연봉은 55만 달러였다.
KIA는 메이저리그 통산 12경기에 출전한 지크 스프루일과 7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마일스 미콜라스는 지난해 팀내 최다인 13승에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37경기에 등판했고, 트리플A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스프루일(4.61)보다 낫다.
[ KIA 타이거스와 계약한 지크 스프루일 ] 그런데 요미우리가 지난해 미콜라스에게 지불한 금액은 68만 달러였다. 한국 구단이 일본 프로야구단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제도와 환경은 다르다. 일본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는 크게 세 부류다.
하나는 수억엔을 지불하는 스타 선수다. 저액 연봉을 지급하면서 ‘육성’ 개념으로 키우는 선수도 있다. 그리고 트리플A보다는 낫고, 메이저리그 주전은 힘든 AAAA급 선수가 있다.
KBO리그 구단들이 주로 영입하는 선수군이다. 여기에 속하는 선수 몸값은 한국 구단이 일본 구단보다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4개국 출신 외국인 선수 91명이 뛰었다. 최고 연봉은 한신 타이거스의 매트 머튼(4억5600만엔), 2위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4억엔)가 기록했다. 전체 선수 평균은 9524만엔(79만 달러), 중앙값은 6000만엔(50만 달러)였다.
20일 현재 올해 KBO리그 계약이 확정된 외국인 선수는 27명. 평균 연봉은 87만 달러에 중앙값은 75만 달러다. 평균과 중앙값으론 KBO리그 외국인 선수 연봉이 일본 프로야구를 이미 넘어섰다. 그나마 발표액이다.
실제 지급되는 액수는 발표액을 상회한다는 게 정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결국 선수 몸값은 시장 가격을 따라간다. 최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A급 선수 몸값은 연평균 200만 달러에 육박한다.
국내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1~3선발급 에이스, 혹은 중심 타자를 기대한다. 강태화 SK 홍보팀장은 “FA보다는 외국인 선수 몸값이 싸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지출액을 늘리더라도 FA보다는 나은 투자라는 인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 NC 다이노스의 강력한 중심 축, 테임즈 ] 이태일 NC 대표는 “연봉의 ‘적정가’에 대한 판단은 구단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한화는 지난해 에스밀 로저스에 이어 올해 메이저리그 주전 포수 경력의 윌린 로사리오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옵션 포함 200만 달러 안팎의 몸값이라는 게 정설이다. 한화는 지난해 야구단의 선전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향상됐다. 올해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우승에 도전한다. 투자의 이유가 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왕자의 난’ 이후 그룹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구단주가 투자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어떤 구단은 경제적인 투자를 지향하겠지만, 어떤 구단은 다른 지출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몸값이 비싸고 경력이 훌륭한 선수는 팬을 즐겁게 하는 측면도 있다.
외국인 선수 업무에 종사하는 프런트 관계자들은 “협상이 쉽지 않다. 일본 프로야구보다 KBO리그가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말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첫해 연봉은 낮아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보상 규모가 더 커진다.
하지만 한·일 프로야구리그의 산업 규모로 볼 때 지금의 고연봉 지출은 넌센스라는 지적이 많다.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선수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일본 프로야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건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태일 대표는 “외국인 선수 몸값이 오르는 데는 국내 구단 간 경쟁, 에이전트의 농간 등 다른 이유도 있다. 우리 프로야구 구단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급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 대표는 “구단들이 동의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