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김병지(46)의 말이 곧 이 사건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었다. 김병지는 25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에서 지난해 11월 불거진 아들 김태산(9)군의 폭행 논란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아이들의 싸움'은 결국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15일. 체험활동을 위해 방문한 순천 월등농원 볼풀장에서 벌어진 김 군과 피해 학생 엄 모군의 싸움이 일어났다.
아이들의 싸움은 관련 내용이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글의 제목은 '유명인 자녀에 의한 학교 폭력 때문에 고민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해당 학생이 김병지의 아들로 좁혀지고 일방적으로 피해 학생을 때려 상처입힌 뒤 사과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김병지 측도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사건은 그대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송이 제기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병지 측이 지난해 11월 중순 피해 학생의 어머니인 이 모씨를 비롯해 인터뷰에 응한 해당 학교 교장 오 모씨, 담임교사 최 모씨 등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손해배상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김군의 아버지 김병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주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거짓말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상대측 어머니가 우리 쪽에 보낸 답변서에 '여전히 일방적 폭행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적었더라. 일방적 폭행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씨 측은 "우리 아이 얼굴을 보고도 가해자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쌍방과실이라면 '학폭위'에서 우리 아이도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피해 학생의 어머니인 이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 소송 답변서를 제출하고 형사 소송 역시 조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유명인 흡집내기?' 엇갈리는 주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병지는 이 씨의 주장에 반박하며 "상대 부모가 너무나도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을 안 좋게 만들고 있고, 정확하지 않은 말을 포탈 사이트에 올리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자연스레 '유명인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불거졌다.
그러나 이 씨는 본지와의 SNS 대화를 통해 "내가 소송을 한 것도 아니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게시글을 올렸을 때 가해 아동 부모의 직업이나 지역, 이름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아무 것도 올리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물론 이씨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김병지 측이 이번 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김병지는 "인터넷을 보면 내 아들이 무슨 조직 폭력배 취급을 받고 있다. 진실이 왜곡됐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렇게 법정공방까지 가게 된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인 이 씨 역시 "아이들 일로 이런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마음이 너무 힘들고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지도 "이 일로 인해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상대 아이도 상처를 잘 치유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