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고치시영구장 투구 연습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한화 좌완 투수 권혁(33)의 공을 받은 불펜 포수의 목소리였다. 그가 받은 공은 권혁이 새롭게 연마하고 있는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불펜 포수는 권혁이 좋은 공을 뿌릴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구가 흔들리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곧바로 지적했다. 권혁의 바로 옆에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 서 있었다.
권혁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고 있다. 지난해 캠프에서 투심 장착을 시도했지만, 완성시키지 못했다. 그는 직구라고 불리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커브를 주로 던진다. 구위가 좋으면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면서 구위도 하락했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김 감독은 권혁에게 투심을 다시 연마할 것을 권유했다. 구종이 다양하면 상대와 수싸움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1일 고치시영구장 불펜연습장에서 권혁에게 투심 그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병민 기자
권혁은 이날 먼저 직구와 슬라이더·커브를 섞어던졌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가자 그는 피칭을 멈추고 김 감독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김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권혁을 붙잡고 한참을 설명했다. 그의 왼손에는 공이 들려있었고, 그립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권혁은 김 감독의 설명을 들은 뒤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리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홈플레이트에 다다른 공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져 나갔다. 공 끝의 움직임은 예리했다. 김 감독은 'OK' 사인을 내고 자리를 옮겼다. 권혁은 이후 투심을 계속 던졌다. 130번째 공으로 투심을 뿌린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권혁은 지난해 한화 불펜의 수호신이었다. 78경기에 등판해 무려 112이닝을 소화하며 9승(13패) 6홀드 17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 체력저하에 고전했고, 투혼과 혹사 사이를 넘나들었다. 지난 시즌 경험은 '약'이 됐다. 권혁은 비시즌 동안 몸을 충실히 잘 만들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김 감독은 "권혁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체력을 충실히 준비한 권혁에게 투심 패스트볼 연마는 올 시즌 준비의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다. 혼자가 아니다. 권혁의 옆에는 김 감독이 함께 하고 있다. 김 감독은 권혁이 투심을 통해 올해 한 단계 더 발전하길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