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하는 영화 '검사외전'에선 그 동안 보지 못 했던 새로운 얼굴의 강동원을 만날 수 있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황정민(변재욱)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강동원(한치원)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을 그린 범죄오락영화다. '검사외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강동원이 바로 이일형 감독에게 전화걸어 "어떻게 시나리오를 이렇게 상업적으로 썼냐"며 출연 의사를 밝힐만큼 흥미로운 포인트를 다 버무린 오락영화다.
강동원은 경상도 사투리로 기초 영어를 하면서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뻔뻔하게 우기는가 하면, 서울대생이라며 서울대학교 재킷을 입고 다니는 모습까지 다양한 장면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셔플 댄스를 막춤으로 소화하는 장면에선 폭탄 웃음이 터진다. 강동원은 "내가 봐도 오락적으로 웃긴 장면이 많았다. 이번 캐릭터는 어린 관객분들 보다 20~30대 여성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영화에서 치원이는 귀여워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키득 웃었다.
-이렇게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는 처음 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영화 '두근 두근 내 인생'에선 가볍지만 삶의 무게가 좀 있는 캐릭터였고, '전우치'도 행동하는데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였는데 이건 그냥 여자한테 빌붙어먹으려는 사기꾼 캐릭터다. (웃음) 캐릭터 설정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할 때 부담은 덜 했다. 코미디 연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웃기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한 것 같다."
-그냥 사기꾼도 아니고 앞에 '꽃미남' 수식어가 붙는다. "처음부터 설정이 그랬다. 내가 아니라도 다른 배우가 했더라도 그 수식어는 그대로 유지했을 거고 대중들이 봤을 때 타당한 캐릭터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코믹한 장면은. "서울대 학교 재킷 입는 뒷 모습도 웃겼고, 처음 등장하면서 '후 아 유'라고 영어하는 장면도 웃기더라. 시사회할 때 그 장면에서 웃음이 터질 줄 몰랐는데 웃음이 터져서 좋았다. 막춤을 추는 장면은 웃기려고 작정하고 찍은 거다. 그 장면에선 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건물 위에서 바라보고 같이 춤을 추는 아주머니들이 등장하는데 보조출연자 분들이 아니다. 그 분들이 촬영을 구경하다가 흥에 겨워서 추신 거다."
-여자를 잘 유혹하는 사기꾼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외국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고. "외국 분들이 작업할 때 한국과 스타일이 다르더라. 약간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한국은 눈을 잘 안 마주치지 않나. 외국 분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눈을 마주치는 게 다른 것 같다. 이번에 연기할 때 그런 포인트를 살려서 했다."
-영어 대사를 수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기꾼이니깐 너무 고급스러우면 안되지 않나. 상스러운 캐릭터니깐. 그래서 영어 대사 수위 조절을 하는 게 참 어렵더라.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어 대사톤을 참고하기도 했다. 전략적으로 잘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교포라고 사기치는 설정이라서 한국어를 할 때도 혀를 좀 굴릴까 생각했다. 근데 그게 너무 과해서 다시 조절했다.
-국회의원 캠프에 들어간 뒤 선고송에 맞춰 막춤 추는 장면이 정말 코믹했다. "사실 처음엔 그 장면을 위해서 춤을 배웠다. 셔플 댄스를 못 춰서 정식으로 배웠다. 클럽을 다니지도 않고 그래서 춤을 배워야했다. 처음엔 배운 대로 했는데 감독님이 뭔가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니 막춤을 추라고 하더라. 그래도 나름 스탭이나 이런 건 배운 걸 토대로 막춤을 춘거다."
-함께 촬영하는 여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안한다고 들었다. 신혜선·신소율과도 대화는 많이 하지 않았다던데. "어색해서.(웃음) 처음 만났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 어색해서 가만히 있는데 자꾸 감독님이 말 좀 시키라고 해서 '왜 나보고 그러냐. 감독님이 말 걸어라'라고 했다. (웃음) 안 친한데 굳이 친해지려고 하는 것도 좀 힘들다."
-신혜선과의 키스신은 원래 없었다고. "원래 없던 걸 감독님이 만든건데 '해줄 수 있겠냐? 해줬으면 좋겠다'고 묻더라. 미리 얘기라고 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텐데 말도 별로 안 나눠본 상대랑 멜로를 찍는 게 참 어색했다."
-'검사외전'은 흥행보증수표인 황정민과 강동원의 만남이라 기대를 모은다. "대충 손익분기점은 넘길 것 같다. 요즘 영화 마켓이 좋을 때 아닌가. (웃음) 그런데 천만 영화는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검은 사제들' 부터 주변에서 '천만 해야지'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짜증이 나더라. 내가 무슨 천만에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천만 영화를 해야 배우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다들 천만, 천만하는지 모르겠다."
-사기 캐릭터라는 별명이 있다. "댓글에 달린 걸 본 적이 있다. 아니 그게 뭐 너무 좋은 점만 봐주시고 그런 것 같다. 평소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는 걸 못 보시니깐 그런 것 같다.(웃음)"
-지난해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게 화제였다. "이렇게 반응이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그때 섭외를 받고 내 영화에 해를 끼치면 안 된다와 이 뉴스에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안하려고 했다. 이번에 안 건데 생방송도 전파를 타고 나가기까지 5초 차가 있다더라. 실수를 하면 끊어버리면 된다고 하더라. 그래도 걱정이 됐다. '뉴스룸'에 출연하는 게 내 인생만 달린 게 아니니깐 말이다. 영화와 손석희 앵커님까지 폐를 끼칠 수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손석희 앵커님은 단연 최고라고 인정받는 분이니깐 가까이에서 한 번 보고싶었다. 또 그런 분들을 봐야 다음에 혹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때 참고할 수도 있으니깐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 시간 한 참 전에 미리 가서 양해를 구하고 스튜디오를 돌아보고, 손석희 앵커님이 진행하는 1부를 지켜본 뒤 2부에 출연했다. 사실 '뉴스룸' 출연으로 10여년을 연예계에서 일하면서 내가 생각한 내 이미지와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걸 알아서 허탈하기도 했다. 내가 차갑고 못 된 이미지였나보다. 날씨 예보하는 걸 보고 의외로 허술한 점이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데 뭔가 허탈감이 밀려왔다. 날씨 예보는 손석희 앵커님이 시켜서 했다. 거절할 수 없었다."
-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늑대의 유혹' 우산 신 패러디를 했다. "나도 봤다. 무척 웃기더라. 배우(안재홍)가 연기를 잘해서 느낌이 잘 살았다. (웃음)"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했다. 이유는. "그냥 직접 (양현석 사장을) 만나고 느낌이 좋았다. YG에 갔다고 앞으로 일하는 스타일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YG에서 내 전담팀을 꾸렸다는 것도 별거 없다. 그냥 제 전담 매니저가 있는 정도다. YG와 계약하면서 바뀐 건 그동안 나는 오직 영화만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다면 이번을 계기로 좀 오픈 마인드가 된 것 같다. 드라마도 좋은 게 있으면 하고 싶다."
-해외 활동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YG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 "언제나 해외 진출 생각은 있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롤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최대한 연기를 잘하고 인지도를 넓혀서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여야하지 않겠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나도 그런 걸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나가려면 배우가 나가야 한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중국도 점점 쿼터제를 없애는 추세고, 일본은 다이렉트로 중국이랑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보니 아시아 활동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에도 꿈이 있어보인다.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건 아닌데 뭔가 주변 분위기가 저절로 그렇게 되는 분위기다. 맨날 토할 때까지 영화쪽 사람들과 영화 얘기를 하니까 말이다. 어떤 분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가도 바빠서 글을 못 쓰겠다고 하면 내가 먼저 작가님을 구해서 시작해볼까라고 제안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다음 날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면 뭔가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웃음) 그래도 이렇게 계속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주고받다 보면 제작이 들어가는 게 생기지 않을까. 영화를 10부작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에 대한 생각도 지인들과 한 적이 있다. 영화 10부작은 진행하다가 결국 다들 바쁘고 원작 사오는 걸 실패해서 안 됐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보니깐 시간에 쫓기는 게 있는데 그런 10부작으로 만들면 더 다양한 얘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작 배우다. 작품 제의가 그만큼 많이 들어온다는 의미일텐데. "솔직히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작품 제안을 해주면 시나리오를 일단 다 본다. 읽다가 출연하지 않을 마음을 먹어도 엔딩이 궁금해서 끝까지 다 본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없으면 속독으로 읽는다. 대사만 읽고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꼭 엔딩은 확인한다. 마음에 드는 건 평균적으로 다섯 번 정도 읽는다. 선택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 최소 3번 이상은 읽는다. 그리고 그 당시 받은 대본 중 가장 재밌는 걸 고른다. " -올해 계획은. "일단 '검사외전'과 '가려진 시간'이 개봉할 것 같고, '마스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마스터'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검사외전'을 본 분들이 정말 재밌게 잘 봤다는 말씀을 하더라. 반면, '가려진 시간'은 좀 더 영화적인 영화다. 오랜만에 영화 같은 영화를 만들었구나라는 좋은 평가를 올해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