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꿈의 숫자다. 한 프로야구구단이 정규시즌에서 100승을 올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기록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100승 구단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최고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지금까지 19차례나 100승 이상을 달성하며 이 부문 최다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 100승 돌파 구단은 작년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얼마 전 오승환을 영입한 이 홍관조 군단은 159경기째에서 100승을 채우며 승률 0.611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162경기 체제니까 가능한 얘기다. 가정을 해보자. KBO리그에서 이것은 요원한 기록일까. 그러나 2016시즌은 그 어떤 해보다 달성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35년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시즌이니까! 작년부터 10개 구단 체제에 돌입하면서 팀당 144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다. 그 최다 경기의 첫 해에 정규시즌 우승팀은 삼성이다. 88승 56패 승률 0.611을 거뒀다. 2010년대의 최다승 기록을 5년만에 경신한 것. 이전까진 2010년 당시 84승 47패 2무 승률 0.632를 기록하며 통합우승을 차지한 SK가 주인공이었다.
역대 최다승은 2000년에 탄생했다. 새 천 년을 맞이했던 그 해, 현대 유니콘스는 91승 40패 2무를 기록하며 7할대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양대리그 체제였던 당시 프로야구에서 현대는 리그 자체를 점령했다. 현대의 ‘위엄’이 어느 정도였는지 잠시 살펴 보자. 현대의 91승은 드림리그 2위인 두산보다 무려 15승을 더 거둔 것이다. 전체 꼴찌인 SK와 비교하면 더 극명하다. SK는 현대가 올린 승수의 절반도 채 거두지 못했다. 고작 44승(86패 3무)이다. 그 해 90승은커녕 80승을 넘긴 팀조차 없었으며, 70승을 돌파한 팀도 두산이 전부였다. 첫 번째 133경기 체제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대 이전에도 ‘승리 깡패’는 존재했다. 1992년 빙그레 이글스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80승을 돌파했다. 81승 43패 2무 승률 0.651. 장종훈 등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운 공격 야구 덕이다. 이 공포스러운 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빙그레를 제압한 이는 염종석 등의 마운드의 힘을 갖춘 롯데다. 71승을 거둔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자신들보다 10승이나 더 거둔 최강팀을 꺾은 셈이다.
2000년대 후반의 SK도 승수 쌓기의 귀재였다. 2008년 SK는 83승 43패 승률 0.659를 기록하며 통합 2연패를 거머쥔다. 126경기 체제에서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이듬 해 KIA에 우승을 내준 SK는 다시 잃어버린 그 자리를 차지한다. 2010년 84승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승을 기록하며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SK는 KBO 역사상 3년 연속 정규시즌 80승 이상을 달성(2008~2010년)한 유일한 팀이다. 동시에 4년 연속 승률 6할대(2007~2010)를 찍은 단 하나의 구단이기도 하다.
첫 144경기 체제에 돌입한 작년은 어땠을까. 재주는 사자가 넘고 ‘우승’은 곰인 챙긴 바로 그 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주긴 했지만, 정규시즌의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했다. 2000년 현대 이후 15년만에 최다승인 88승을 거뒀으며, 팀타율 또한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3할을 넘겼다. 승률은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이전 해(0.624)와 엇비슷한 0.611. 그러나 그런 삼성도 100승 돌파엔 실패했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100승은 신기루일까. 대체 어느 정도 승률을 기록해야 손에 잡히는 업적일까. 1996년 미프로농구(NBA)에서 시카고 불스가 세운 72승 10패란 기록처럼 불멸의 존재일까. 이루기 힘든 꿈은 맞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그것에 근접했던 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2000시즌 승률 0.695를 기록한 현대 유니콘스다. 91승 40패 2무. 144경기 이전에 최다 규모인 133경기 체제에서 일궈낸 숫자다.
그렇다면 144경기 체제에서 그 시절 현대와 같은 승률을 올린다면 몇 승이나 거두게 되는 걸까. 무승부를 제외한다고 가정할시, 정확히 100승이 나온다. 100승 44패를 기록하면 승률은 0.694가 된다. 2000년 현대보다 딱 2모 모자른 숫자다. 즉, 2016 KBO리그에서 100승을 달성하는 구단이 탄생한다면, 그것은 역대 최강팀의 반열에 올랐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2016시즌의 현대 유니콘스가 될 팀은 어디인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