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이름은 김준수, 개명한 이름은 김민준, 활동명은 준케이다. 개명을 하다보니 네티즌에게 쓸데없는 핀잔도 듣는다. 'JYJ 김준수에게 쫄았냐'란 원초적 핀잔부터 '잘되고 싶어서 이름 바꿨냐''바꿔도 배우 이름이냐''활동명은 또 뭐냐' 등등. 뭘해도 개명과 관련된 악플이 달리다 보니, 그도 속이 상할데로 상했다. 그런데 준케이는 이름을 바꿔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개명은 준케이의 가족, 인생 모든 것을 함축하는 사건이었다.
2012년 1월 준케이는 아버지를 잃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전 아버지와 카페에 마주 앉아,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잘 모시자고 다짐하고 돌아선 뒤였다. 심근경색. 갑작스런 죽음이다보니, 당시 스물네살 준케이에겐 너무 커다란 슬픔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지 기자 출신이던 아버지는 엄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중학생 준케이의 어깨를 두손으로 꾹 눌러주고 말없이 돌아설 만큼 따듯한 가장이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원했던게 준수의 개명이었다. 그리고 역시 큰 병을 앓던 어머니가 대수술을 앞두고 다섯 번째 전신 마취를 받기 전날, 준수의 손을 꼭 잡으며 부탁했다. "아버지의 유언이니, 이름을 바꿀 수 없을까.'
준케이에게 2016년은 도약을 의미한다. 일본 시장에서는 솔로 가수로 아레나 투어가 가능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어쩌면 2PM 멤버 중 일본 시장에서는 아티스트로서 가장 인정받고 있다. 2PM 역시 도약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서 2PM의 길을 음악으로 제시해야 할 게 준케이다. 그 도약의 첫 걸음으로 가면을 쓰고 MBC '복면가왕'에 나섰다. 솔로 가수 준케이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그리고 '취중토크'를 만났다. 방송에서는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 이름만 불러도 목메지만, 오늘만큼은 마음껏 얘기했다. 도약하는 준케이의 시작이니까.
-솔로 준케이는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나요. "글쎄요. 회사에서 신곡이 나오면 모니터 요원 30명이 평가를 진행해요. 80점 이상이 돼야 나가는 거예요. 전 사실 그 시스템에 대해 좋게만 생각하진 않아요. 그 80점이란 점수가 정답은 아니잖아요. 지난해만해도 그 시스템 속에서 잘된 케이스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최대한 제 얘기를 하고 싶어요.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을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면 이제는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일본에서는 솔로 준케이의 인기가 정말 높죠. "2PM으로 앨범을 낸 것은 꽤 돼요. 제가 만든 노래로는 2PM까지 합하면 5개에요. 준케이라는 이름으로는 미니앨범 두개를 발표했어요. 솔로 앨범으로 데일리 1위, 위클리는 2위를 기록했어요. 1,2집 둘 다요. 정말 고맙죠."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네요. "일본은 아무래도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의 활동이 잘 돼 있죠. 누가 잘한다는 입소문만 나면 공연을 보러 와주세요. 아무래도 일본은 직접 보는 것을 중요시하는거 같아요. 공연에서는 최대한 제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묵묵히 했어요. 언젠가 저에게 좋은 기회가 오겠지 하고요. 그러다가 일본에서 솔로 얘기가 나와서 내게 됐고 결과가 좋았죠."
-한국 솔로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한국에서는 제 음악을 하나도 모르실 거 같아요. 일단은 제가 표출하고 싶은 것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뭐지'하고 관심가져 주실 것 같아요. 아직은 2PM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솔로가 나와서 저에 대한 반감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긴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줄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꼭 이뤄내려고 해요."
-2PM이 가야할 지향점이 궁금해요.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니까요. "30대라니 확 오네요. 일단은 2PM이 보여줄 것들이 더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멤버들 개개인이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있거든요.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면 그때의 2PM이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가 클 것 같아요. 예전과 다르게 볼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2PM은 옷찢고 하는건데, 제가 봤을 때는 전환점이 필요해요. 멤버들의 개인 활동 역시 정말 중요하죠. 2PM이 막 나오는거는 우리도 원하지 않아요."
-박진영씨에게 가장 고마운 적이 있다면. "저를 데려와 준게 고맙죠. 뽑아줬다는 사실이요. 진영이 형에게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음악적으로요. 옆에서 그 형이 작업하는거, 레코딩하는 걸 보고요. 진영이 형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해요. 열심히 사는 사람이죠. 몸 관리도 그렇고요. 아직까지 스테인리스를 안 쓴대요. 몸에 좋지 않다고요. 한 번은 형 콘서트를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형이 60대까지 노래할거라고 해서요. 우영이랑 둘이 있었는데, 그 얘길 듣고 한숨이 푹 쉬어지는 거에요. 사실 이제 그만하시고 우리에게 좀 기회를 주지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하하. 정말 열정 하나는 대단한 것 같아요. 언제나 고마운 형이에요. 인생에 위기가 닥쳤을 때도 더 큰 위기가 되지 않게 도와주고요."
-준케이의 사랑도 궁금해요. "여자친구는 없어요. 이상형은 예전부터 배우 김민정 누나였어요. 그래서 누나가 우리 콘서트에 왔을때 사진도 찍었어요. 제 팬들이 김민정 누나한테 가서 싸인도 받아올 정도예요. 어렸을 때 '키드캅'을 보고 반했거든요. 잊혀지지가 않아요. 저는 솔직하고 세상 사람들이 날 욕할 때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계산을 하고 따지는 것 보다는 믿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믿음, 솔직함,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