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은 4일(한국시간) 바르셀로스에 위치한 시다데 데 바르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타사 데 포르투갈(FA컵) 질 비센테(2부리그)와의 4강 1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1-0으로 앞선 후반 14분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질 비센테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피한 득점이었다. 이 골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포르투는 1골을 추가해 3-0으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의 팔부 능선을 넘었다.
여러 모로 의미가 깊은 골이다.
그는 포르투 데뷔 5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함과 동시에 시즌 12호 골로 주전 경쟁 전망을 밝게 했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차붐' 차범근(63) 전 수원 삼성 감독의 대기록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주전경쟁 '청신호'
석현준의 팀 데뷔 골은 주전 도약에도 호재다.
그는 포르투 입단 뒤 이날 경기 포함 5경기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동료들과 합을 맞췄다. 주로 리그에서는 교체 출전했으며 컵 대회에서는 선발로 나섰다. 첫 주전으로 나선 지난달 21일 리그컵 경기에서는 크로스바를 강타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폭넓은 활동량과 큰 체격을 활용한 몸싸움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또 이날 감각적인 헤딩 골은 주제 페제이루(56)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경쟁자 뱅상 아부바카(24)의 부진 역시 석현준에겐 기회다. 올 시즌 리그 9골을 터뜨린 아부바카는 포르투의 주전 공격수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며 최근에는 문전 앞에서 손쉬운 골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 페제이루 감독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포르투는 설날 당일인 8일 홈에서 아오루카와 리그 21라운드를 갖는다. 이날 역시 아부바카의 실책이 계속된다면 석현준의 주전 도약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차붐'의 19골
주전으로 도약하고 있는 석현준은 이제 대선배이자 전설 '차붐'의 기록에 도전한다.
1980년대 유럽을 호령했던 차붐은 1985-1986시즌 독일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인 19골(분데스리가 17골·DFB포칼 2골)을 터뜨렸다. 이 기록은 20년이 흐른 지금도 역대 한국 선수 유럽 무대 최다골로 남아있다.
지금껏 차붐의 19골에 근접한 선수는 손흥민(24·토트넘)이 유일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에 새 둥지를 튼 그는 2014-2015시즌 독일 레버쿠젠에서 활약할 당시 17골(분데스리가 11골·챔피언스리그 5골·DFB포칼 1골)을 뽑아내 차 감독의 기록에 2골이 모자른 채 시즌을 마쳐 아쉬움을 삼켰다. 프리미어리그에 적응 중인 손흥민은 현재 시즌 6골에 그쳐 차붐을 넘어서기엔 어려워 보인다.
손흥민의 부진 속에 남은 관심이 석현준의 발 끝에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포르투갈 최고 명문 포르투의 일원이 됐다. 전 소속팀 비토리아 세투발(포르투갈)에서 각종 대회 11골(정규리그 9골·FA컵 2골)과 7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석현준은 포르투을 비롯해 애스턴 빌라(잉글랜드), 제노아(이탈리아), 마인츠(독일) 등의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주가가 치솟았다. 장고 끝에 포르투를 택한 그는 5경기 만에 팀 데뷔 골과 함께 시즌 12번째 득점포를 작렬했다.
이날 득점으로 석현준은 차 감독의 기록에 더욱 가까워졌다.
20라운드까지 치른 포르투의 올 시즌 남은 정규리그 라운드는 14경기다. 게다가 포르투가 FA컵과 리그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할 경우 경기 수는 더욱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