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22)을 둘러싼 tvN '응답하라 1988'의 효과는 대단했다. 5000명이었던 팬카페 회원이 방송 종영 이후 10배가 늘어 5만 명이 됐다. 팬카페를 통해 인기를 실감했다는 박보검은 "푸껫 포상휴가를 떠날 때 공항에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건 처음 봤다. 굉장히 신기했다"면서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데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던 것과 관련해선 "'어남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신기하다. 드라마 결과에 상관없이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 감사하다. '응답하라 1988'은 내게 정말 따뜻한 추억이다. 잊지 못할 작품이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얼굴이 까맣게 탔다.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 촬영에 가서 혼자 유독 많이 탔다. 선크림을 골고루 발랐는데 왜 이렇게 탄 건지 모르겠다. 나미비아에서 돌아온 날 공항에 팬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것 같아 좋았는데 회사 식구들이 옆에 있어 더욱 반가웠다. 그래서 신이 나 혼자 웃었다. 근데 주변에서 제일 까맣게 타 '초코우유다', '구운 계란이다'라고 놀리더라. (웃음)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햇볕이 너무 뜨거웠는데 감사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리얼 예능이 처음인 나에겐 시종일관 카메라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형들과 함께 또 한 번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납치되기 전 푸껫 포상휴가도 즐겼다. "푸껫에서 땅콩 보트도 타고, 스노클링도 하고, 형들이랑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랍스타도 먹었다. 솔직히 촬영하면서 형들이나 선배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최택은 자고, 약 먹고, 바둑 두러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웃음) 푸껫에서나마 오래도록 같이 있을 수 있어 행복했다."
-푸껫에서 이일화와 찍힌 사진이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푸껫에서 돌아와 KBS 2TV '뮤직뱅크' 생방송 갈 때 봤다. 근데 반응이 너무 좋더라. 그때 일화 엄마랑 바닷가 구경을 하러 갈 때였다. (라)미란 엄마, (김)선영 엄마는 이미 바닷가에 가 있었다."
-종영한 게 이제 좀 실감이 나나. "인터뷰하니까 실감이 난다. 서로가 가까워지려고 할 때 헤어진 것 같아서 아쉽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한 게 아쉽다. 언젠가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뵐 날을 기다린다.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아직 '응답하라 1988'을 놓아주기 싫다."
-인기를 실감하나. "팬카페 인원이 늘어났다. 원래 5000명이었는데 지금은 5만 명이 됐다. 인터넷 뉴스에 내 이름이 올라올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어떻게 '응답하라 1988'에 합류했는지 궁금하다. "나 역시 오디션 통해 합류했다. 솔직히 될 줄은 몰랐는데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그전부터 지켜봤던 애청자였는데 늘 보면서 언젠가 출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오디션에 합격해 정말 기뻤다. 최택이라는 인물을 선물해준 신원호 PD님과 이우정 작가님께 감사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매 작품을 하면서 한 단계씩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응답하라 1988'에선 편안하게 내려놓은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연기를 배웠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해진 것 같다. 그리고 바둑을 배웠다. 집에 바둑판과 바둑알은 있었는데 정작 바둑을 둘 줄 몰랐다. 이젠 내게 하나의 장기가 생겼다." -혜리의 남편이 택이라는 걸 언제 알았는지 궁금하다. "19, 20회 때 알았다. 남편 찾기가 있을 거란 건 알았지만, 그 남편이 누구인지는 연연해하지 않았다.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장에 가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근데 솔직히 덕선(혜리)이의 남편은 정환(류준열)인 줄 알았다. 택이가 남편일 것이란 건 생각하지 못했다. 꿈속에서 뽀뽀할 때도 꿈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덕선이와 내 대본이 달랐다. 그리고 우리에겐 2015년 버전이 담긴 대본은 주어지지 않았다. 2015년 버전의 이야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1회를 보는데 이미연 선배님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19회, 20회는 촬영이 촉박하게 진행돼 쪽대본으로 촬영했다. 근데 그때 2015년 버전의 대본으로 잘못 받았다. 그때 그걸 보고 내가 남편이란 걸 알게 됐다."
-작품 하면서 키스신을 소화한 건 처음이 아닌가. "처음이다. 정말 떨렸는데 덤덤한 척했다. 남자가 여자를 잘 배려하고 리드를 해줘야 한다고 들어서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모르겠다.(웃음) 혜리가 잘 따라와 줬다. 근데 촬영할 때 정말 쑥스러웠다. 편집을 잘해주셔서 방송엔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쌍문동의 따뜻한 이웃애 경험하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다시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감동적이었던 게 택이가 없어도 친구들이 택이 방에 다 모이는 게 좋았다. 그리고 아빠랑 밥 먹는데 친구들이 반찬을 하나씩 놔주지 않나. 말하지 않아도 서로 따뜻하게 챙겨주는 '정'이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2편에서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