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처럼 일한 배우 강하늘(26)이 그 결실을 잇따라 내놓는다. 오는 18일 강하늘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와 '좋아해줘(박현진 감독)'가 동시에 개봉한다. '동주'는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그린 작품. 충무로에서 윤동주를 소재로 담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충무로에서 '1대 윤동주'가 된 셈이다. '좋아해줘'는 강하늘이 이미연·최지우·유아인·김주혁·이솜 등 6명의 주연 배우들과 함께 찍은 옴니버스 영화다. 극 중 청각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 역을 맡아 이솜과 러브라인을 그린다. "아끼고 애정하는 두 작품이 같은 시기에 개봉해 좀 아쉽다"는 그는 "'동주'를 좋아해줘'"라는 말로 두 작품을 모두 응원했다.
-충무로에서 소처럼 일한다고 '소하늘'로 통해요. "사실 '동주'를 먼저 찍고 3개월을 푹 쉬고 '좋아해줘' 촬영을 했어요. 3개월 동안 충분히 쉬고, 친구들도 만나고 놀만큼 놀았거든요. 근데 작품이 같은날 잇따라 나오다 보니깐 주변에서 '넌 안 쉬냐'고 많이 물어봐요. 이게 참 쉬면서 일하는건데 말이죠. 개봉일이 같아서 아쉽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충무로에서 '1대 윤동주'가 됐네요. "그 부담감이 엄청 심했어요. 엄청난 영광이지만, 동시에 부담도 컸어요. '동주'를 한 건 용기가 아니라 치기어림이었어요. 평소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고, 시도 좋아해서 이준익 감독님이 캐스팅 제의를 했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기쁘고 흥분된 마음으로 선택했는데 촬영 직전에 걱정과 부담이 밀려오면서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작품을 하고 '이겨냈다'는 표현을 안 해봤는데 이 작품은 부담감이 커서 '이겨냈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촬영하는 내내 부담이 없어지지 않아서 그럴 바에 이 부담을 갖고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어요."
-어떤 점이 가장 부담이었나요. "윤동주 시인을 그동안 아무도 연기한 적이 없잖아요. 이게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제가 연기를 한 게 감독님의 오케이를 받고 영화로 나오면 윤동주 캐릭터가 완성되는 거잖아요. 어떤 분은 이 작품을 보고 윤동주에 대한 색을 입히거나 어떤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고요. 그게 젤 걱정이었어요. 촬영을 준비하는 한달 반과 촬영을 하는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의 관계를 봤을 때, 송몽규 역의 박정민 씨와 미묘한 대결 구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렇진 않았어요. 드라마 '미생'을 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죠. 그 때도 역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어요. 대결이나 경쟁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나중에 작품을 돌이켜 생각했을 때 행복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할 뿐이에요. 이번에 정민이 형과 연기할 땐 서로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받았어요. 연기 대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자극받으라고 '정민이 처럼 열심히 연기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전 그때마다 '정민이 형이 잘하니깐, 전 얹혀갈래요'라고 했어요. 사실 연기 못 한다고 해도 전 자극도 안 받아요. 하하. 감독님이 그걸 노리신거라면 실패예요. 연기를 못 하는 게 맞고, 배워가는 단계니깐요."
-일본어 대사가 대사의 절반이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이렇게 일본어 대사가 많을 줄 몰랐어요.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평소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본어가 생소하진 않는데 그 많은 대사를 한 달 반만에 외우는 게 쉽지 않았어요. 단순히 억양만 잘해야되는 게 아니라 그 문장의 의미를 알고 연기도 해야했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 언제 숨을 쉬면서 말해야하는지까지 생각하고 외워야했죠. 화장실 앞에 대본을 붙여두고 달달 외웠어요. 시간과 부담에 쫓기니깐 결국 다 외워지더라고요."
-어떤 윤동주를 그리고 싶었나요. "어떤 색깔도 나타내고 싶지 않았어요. 혹자는 저항시인이라고 하고, 혹자는 나약한 인물로 평가하는 분도 있잖아요. 하지만 전 윤동주 시인의 정수는 시라고 생각해요. 그 분이 보여주고자 했던 시, 많은 사람들 속에 남아있는 정신과 시를 담백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 윤동주 보다는 송몽규란 인물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분도 있더라고요.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의도한 게 성공한거예요. 윤동주 시인과 함께 송몽규 라는 인물이 조명되길 바랐어요." -'좋아해줘'에선 청각장애를 가진 작곡가를 연기했어요. "시각장애인을 연기해보진 않았지만, 시각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보다 청각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더 힘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각 장애는 눈을 감고 연기하면 보이지 않기라도 하는데 청각 장애는 일부러 안 들리게 제 의지대로 할 수 없잖아요. 들리는 데 안 들리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특히 대학로 야외에서 촬영한 신은 감정신인데 집중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날 대학로에서 축제가 열려서 엄청 주변 소리가 컸거든요. 원래 후시녹음을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후시녹음을 했고, 현장에선 최대한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모태솔로 캐릭터를 맡았어요. 작품에선 항상 바람둥이 보단 연애를 잘 모르는 쪽의 캐릭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모태솔로도 아니고 숙맥도 아닌데 왜 그런 역만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외모가 바람둥이 보다는 그쪽이 어울려서 겠죠. (웃음)"
-이솜 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동갑이고 편하게 촬영했어요. 솜이한테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어요. 사실 친한 여자 연기자가 많지 않은데 솜이는 이번 영화로 많이 친해졌어요. 음악 취향도 비슷하고, 영화 취향도 비슷해요. 서로 좋은 영화도 추천해주고, 감상평도 공유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사실 촬영 전에 솜이의 치명적인 매력이 담긴 화보를 접하고 좀 성격이 셀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깐 착하고 털털한 친구더라고요. 왜 주변에서 솜블리(이솜과 러블리의 합성어)라고 부르는지 알겠던데요."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에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리얼이었어요. 저희 네 명은 다른 곳에 또 이렇게 끌려가도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는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만 접했던 나라였는데 이번에 다녀온 뒤 죽기 전에 꼭 여행을 가시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졌어요. 형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든 건 최고로 좋았어요. 막내라서 형들이 놀리긴 하지만, 그것도 다 애정의 표현이거든요. 저도 기회가 있을 때 형을 역 공격하려고 노력했고요. (웃음) 원래 좋아하는 형들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더 좋아졌어요. 끈끈함이 생겼어요. 8일 내내 회의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더 친밀해졌죠."
-아이슬란드 핫도그가 그렇게 맛있던가요. "최고예요. 배고파서 그런지 먹을 때 마다 진짜 맛있었어요. 아이슬란드 특유의 머스타드 소스가 있는데 그걸 캐첩이랑 섞어 먹으면 기가 막혀요. 그 나라는 소시지가 또 대박이에요. 다들 한국 올 때 슈퍼에서 소시지 한 봉지씩 사서 왔어요." -앞으로 활동 계획도 궁금해요. "드라마 '보보경심 : 려'(연출 김규태) 촬영을 시작했어요. 드라마형 얼굴을 만들려고 살을 빼고 있어요. 드라마 끝나면 공연도 하고 싶어요. 연극이나 뮤지컬 중 꼭 하나를 하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었는데 '보보경심 : 려' 촬영 시기랑 겹쳐서 결국 못 했어요. 뮤지컬은 3~4개월을 올인해야해서 두 작품을 같이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좋은 공연을 꼭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