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지난 4일 시애틀과 최대 400만 달러(48억7000만원)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1년 계약에 보장 금액 또한 적은 스플릿 계약이다.
이대호의 실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불리한 계약이라는 평가였다. 그래서 또다른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지난 17일 이대호가 현지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이후 세부 계약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시애틀 지역 매체인 '더 뉴스 트리뷴'은 20일(한국시간)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현역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3월 말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건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도태돼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하면 마이너리그 행 대신 FA를 선언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메이저리그 팀이나, 한국·일본 프로야구 복귀도 가능하다.
시애틀은 1루 경쟁이 치열한 팀이다.
주전 1루수가 유력한 좌타자 애덤 린드(33)는 지난해 밀워키 소속으로 타율 0.277, 20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백업요원인 헤수스 몬테로(27)는 이미 메이저리그 5시즌 경험이 있는 스위치히터다.
스프링캠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이대호가 옵트 아웃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에서 이대호의 복귀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닛칸 스포츠 등 복수의 일본 매체는 21일 이대호의 옵트 아웃 계약을 뉴스로 전했다.
전 소속 팀인 소프트뱅크의 구도 기미야스 감독은 "이대호가 돌아온다면 감독으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이대호 영입을 검토했던 복수 구단이 있다. 그러나 25인 로스터에서 탈락할 경우 이대호가 곧바로 옵트 아웃을 행사하리라는 전망은 이르다.
이대호는 지난 5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어차피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가는 것이고, 잘해서 개막부터 엔트리에 들면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한 소식통은 "옵트 아웃 조항을 떠나 이대호가 미국 무대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옵트 아웃 조항은 대개 고액의 다년 계약을 한 메이저리그 FA 선수 계약에 포함된다. 이대호와 같은 마이너리그 계약에 포함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대호 입장에선 자신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시애틀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다. 이대호는 '논 로스터 인바이티'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이런 선수는 25인 로스터 경쟁에서 탈락하면 어차피 방출되는 게 메이저리그 관행이다.
한편 시애틀은 26일부터 선수단 전체가 첫 공식 훈련을 시작한다. 이대호는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캠프에서 운동을 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