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9·피츠버그)의 초상화 문신(Tattoo·文身)이 화제다. 과거 운동 선수의 문신은 금기였다.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정호의 왼 발목에는 아기 손바닥만한 문신이 새겨져 있다. 보통 문신 소재로는 글귀나 상징물, 동물 등이 선호된다. 그러나 강정호는 자신이 웃고 있는 자화상을 발목에 그려 넣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피츠버그 동료인 앤드류 매커친은 SNS(소셜네트워트)에 "강정호가 아니라 그의 쌍둥이 동생 강정노(Jung No Kang)의 얼굴"이라고 적었다. 강정호의 얼굴 문신에 관한 팬 질문의 답이었다.
CBS피츠버그 KDKA-TV는 지난 20일(한국시간) 강정호와의 인터뷰를 갖고 그의 부상과 근황 등을 전했다. 이 매체는 "강정호는 파이리츠 라커룸에서 유일하게 스스로를 문신한 선수"라고 보도했다.
야후스포츠는 21일 "아마 강정호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를 새긴 것 같다"고 했고, CBS스포츠는 "문신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강정호는 평소 잘 보여주지 않는다. 숨겨왔던 얼굴을 이번에 완전히 공개했다. 자기 얼굴을 문신으로 새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고 평했다.
사실, 강정호에게 발목 문신의 일종의 치료 수단이었다. 어린 시절 야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상처를 가리기 위해 문신을 받기로 했다.
처음부터 얼굴을 새길 생각은 없었다.
"다른 문양을 넣으려고 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내 얼굴을 선택했다"는 게 강정호의 설명이다.
강정호 외에도 팔이나 어깨, 등 부위에 문신을 하는 스포츠 스타는 많다. 지바 롯데 이대은은 왼쪽 귀에 가족들의 이름 이니셜을 딴 'CDBJD'문신을 새겼다.
여자 골프 선수 리디아 고는 오른 팔목에 로마 숫자인 'IV-XXVII-XIV를 문신으로 넣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거머쥐었던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 최종일 날짜(2014년 4월 27일)를 뜻한다. KBO리그에서는 최형우, 이용규, 최준석, 양현종, 강민호, 정근우 등이 문신을 새긴 스타로 꼽힌다.
문신을 새겨 넣은 한 야구선수는 "우리는 말이 아닌 몸으로 운동을 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직업이다. 문신 역시 나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종이나 출신 등에 따라 문신 소재도 달라진다. 강정호의 얼굴 문신을 새긴 'YM 타투'는 스포츠 선수들이 종종 찾는 곳이다.
정근우와 박병호가 여기에서 문신을 받았다. 야구 뿐 아니라 농구, 복싱 선수들도 고객이다 YM타투 관계자는 "스포츠 선수들이 자주 찾는다. 외국인 선수와 한국인 선수가 선택하는 문양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는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문양을 선호한다. 이국 땅에서 단기간 안에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한국인 선수는 종교적 상징이나 가족 이름을 새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는 죽음의 신이나 저승사자류의 그림을 자주 선택한다. 한 외국인 농구 선수는 몸에 호랑이 두 마리를 새겼다"고 말했다. 한 마리는 자기 자신, 다른 한 마리는 동생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어 "국내 선수는 가족 이름의 이니셜을 넣는 '레터링'이나 십자가와 불상을 주로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문신은 한 번 새기면 지우기 어렵다. 최광호 초이스 피부과 원장은 "문신이 새겨진 피부는 100%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